만화책 를 읽고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담임선생님이 나눠주는 종이에 매년 장래희망을 적어내곤 했다. 다른 친구들이 대통령, 과학자 등 꿈을 크게(?) 가질 때, 농부라고 써서 낸 적이 있었다. 그렇게 쓴 이유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단군 할아버지 때부터 농사를 지었고, 내 할아버지, 아버지도 지었으니 그걸 잇겠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본 적도 없는 단군을 갖다 붙인 것도 우습고, 할머니와 어머니를 빼놓고 농사를 거론한 것도 부끄럽다. 어찌 됐든 농부라는 꿈은 계속 키워갈 수가 없었다. 자식이 공부하는 것을 바랐던 부모님은 요만큼의 농사일도 시키지 않았고, 선생님이든 친구들이든 우스운 일 정도로 치부하였다. 스스로도 튼튼하지 않은 체력이라 쉽게 포기하였다. 20여 년 전..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넷째 이야기① 작년 7월 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연일 많은 비가 쏟아지던 장마철의 어느 날 아침. 가늘고 촘촘한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나는 밤사이 빗장을 걸어놓은 대문을 열기 위해 우산도 없이 후다닥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 쪽으로 달려갔다. 이른 아침에 대문을 열고 어스름 땅거미가 지는 저녁에 대문을 닫는 건, 뭐랄까. 일상에 특별함을 불어넣는 작은 의식과도 같은 느낌이다. 대문을 열고 닫음으로써 나의 하루가 힘차게 시작되고 정갈하게 갈무리되는 듯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할까. 그날도 나는 왠지 모를 설렘에 휘파람까지 날려가며 대문을 활짝 열었고, 바람에 닫히지 말라고 여느 때처럼 나무문짝 아래에 돌을 괴어 놓았다. 그러고는 다시 집 쪽으로 돌아서는 순간, 그것이 내 눈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