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더 아프게 만드는 ‘질병 낙인’ 잘못 살아온 결과라는 징벌서사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칼럼에 인용된 사례는 모두 사전 동의를 받았습니다. 암에 걸린 것이 왜 창피한 일이라고 느꼈을까? “유방암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병원 옥상에 올라가고 싶었어요. 가서 딱 뛰어내리고 싶더라구요. 너무 창피해서, 남 보기 부끄러워서.” 염색약을 밀어 올린 흰머리가 소복한 그녀는 마이크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암 진단 직후 수술을 했고, 2년간 항암을 했으며, 10년 전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남편과 자식들을 제외하곤 친척도, 친구도, 아무도 자신이 암 환자였다는 걸 모른다고 했다. 남한테 얘기하는 건 여기가 처음이라..
혐오 사회, 타인과 공존한다는 것은다큐멘터리 영화 이영 감독을 만나다 2014년 6월, 서울 신촌에서 퀴어퍼레이드 행렬을 막아섰던 동성애 혐오세력은 ‘세월호 추모제’를 가장해 집회를 했었다. 한마디로 ‘모든 국민이 눈물 흘리며 애도하는 이 마당에 변태적인 축제가 웬 말이냐’는 것이었다. 길바닥에 드러누워 4시간 동안 퍼레이드 행렬을 막으며 “동성애는 죄악!”을 외쳤던 그들은 몇 달 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 앞에 섰다. 그리고 또 다시 외쳤다. “국민들에게 애도를 강요하지 말라!”, “국론을 분열시키지 말라!” ‘혐오’는 이제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더 이상 성소수자, 이주민 등 소수자만의 문제도 아니게 됐다. 자기 존재를, 다른 생각을 드러내려는 ‘평범한’ 당신도 이제는 혐오의 대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