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시대 한국 여성의 이주 이야기 연재를 시작하며 나의 독일 이주는 ‘헬조선’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페미니즘 매체 기자와 전문직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젠더 영역에 대한 전문성을 더 키우고 싶었고, 몇 차례의 국외 출장을 통해 외국에서 도전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었다. 이후 여러 자료 조사 끝에 프리랜서로 비자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열려 있는 독일로 오게 되었다. 독일에 온 후, 그동안 내가 입고 있던 학력이나 직업 이력 등의 옷이 모두 벗겨지고 철저하게 다시 알몸이 되어 삶을 일궈나가야 했을 때 고통스러웠다. 어딘지 잘 모르는 작은 나라에서 온 ‘아시아 여자애’가 되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고, 일상에서는 지하철에 앉아있는 나를 긴 시간 훑어보는 옐로 피버(Yello..
“백인 페미니즘은 자기들끼리만 얘기한다”흑인여성 네트워크 시에나 데이비스 인터뷰(하) [하리타의 월경越境 만남] 독일에 거주하며 기록 활동을 하고 있는 하리타님이 젠더와 섹슈얼리티, 출신 국가와 인종, 종교와 계층 등 사회의 경계를 넘고 해체하는 여성들과 만나 묻고 답한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오만한 백인 사회에 대한 반격, 쏘울 시스터즈의 탄생 내가 시에나 데이비스를 알게 된 것은 독일 페미니즘 대중문화 잡지 미씨매거진(Missy Magazine)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서였다. 헤드라인은 “백인들은 자기들끼리만 얘기한다” (White people talk to each other)였다. 백인들이 사회를 주도하는 미국 서부 도시를 떠난 시에나는 기대와 달리 또 다른 백인 주류 사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