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안에 내 가게가 있다는 게 좋아 문양효숙 작가 ※망원시장 여성상인 9명의 구술생애사가 담긴 책 을 기록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필자 문양효숙씨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가끔,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을 때, 시장에 갔다. 무언가를 사고파는 분주한 움직임과 손님을 끌기 위한 상인들의 우렁찬 목소리 사이를 천천히 걷노라면 펄떡이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삶의 최전선에서 자신의 힘으로 수레바퀴를 굴리는 사람들만이 지닌 강인한 에너지,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제대로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때로는 너무 강하고 거칠어 압도될 때도 있지만, 시장의 생기는 펄 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삶을 깨우곤 했다. 그런 에너지가 만나고 모여 있는..
여성상인들의 생애를 듣다, 시대를 듣다 여는 글 ※망원시장 여성상인 9명의 구술생애사가 담긴 책 (푸른북스, 2017)을 기록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서문을 쓴 최현숙씨는 구술생애사 작가로 , , 을 펴냈습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망원시장 안에서 2년을 살며 2014년 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망원시장 안에서 살았다. ‘다이소 3층!’ 하면 망원시장을 아는 친구들은 금방 알아먹었다. 보증금 1억짜리 전셋집을 구하며 두 집을 놓고 고민했다. 조용한 골목에 깔끔한 공간과 망원시장 안의 허름한 공간. 작은 아들과 함께 살던 때라 방 두 개가 필요했다. 직전 살던 곳은 반경 200미터 안에 가게 하나가 없었다. 글쓰기에 방해될 소란을 잠깐 고민했지만, 시장의 북적거림에 쏠렸다. 내 어린 시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