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침묵의 순간을 지키고 싶다 일부러, 없는 시간을 쪼개서 짬을 냈다. 굳이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이동의 불편함도 감수했다. 꼭 보고 싶었던 영화, 때문이었다. 상영시간이 2시간이 넘는데도 ‘말’ 없이 진행된다고 하니, 그 궁금함이 더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수도원 안에서는 수행자의 발걸음 소리, 찬송 소리, 또 수도원 밖에서는 천둥, 번개, 비소리, 새소리, 벌레소리가 들릴 뿐, 수행자의 침묵수행으로 사람들의 말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영화적 분위기를 더하는 배경음악과 같은 별도의 효과도 없었다. 관객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침묵한 채 관람에 집중했지만, 영화관 안은 자잘한 소음으로 그 어느 때보다 소란스러웠다. 통화하는 소리, 코고는 소리, 기침소리, 음료수 마시는 소리, 비닐의 바스락거리는 ..
이경신의 철학하는 일상 아침마다 창을 여는 습관을 접고, 닫힌 공간 속에 웅크리게 되는 겨울이 오면, 불현듯 뜨개질 생각이 난다. 뜨개질을 잘해서는 아니지만, 그냥 폭신하고 따뜻한 모자, 장갑, 목도리, 스웨터를 뜨는 광경만 떠올려도 마음은 벌써 훈훈해져 온다. 장롱 깊숙이 넣어둔 뜨개바늘과 상자 속에 모아둔 친구의 낡은 티셔츠들을 꺼내 들었다. 작년 겨울처럼 올해도 발판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면 티셔츠를 잘게 잘라 실을 만들고 색깔을 어울리게 배치한 후 실을 연결해 메리야스 뜨기를 하면 나름대로 쓸만한 발판이 된다. 심리적 시간과 물리적 시간의 차이 뜨개질을 하다 보면 시간이 참 잘 간다. 한참 동안 발판 뜨기에 몰두하다 잠시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려 놀란다. 아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