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와 물질, 민박…생계를 잇는 과정 제주에서의 독거생활(하) ※ 비혼(非婚) 여성들의 귀농, 귀촌 이야기를 담은 기획 “이 언니의 귀촌” 기사가 연재됩니다. 이 시리즈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통해 제작됩니다. [편집자 주] 5년. ‘벌써’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시간이 이곳 제주에서 흘렀다. 5년은 스무 계절, 33살에 내려와 37살이 되었으니 나의 삼십대 중반을 오롯이 제주와 함께했다. 반농반어(半農半漁)하며 살고픈 마음이 아니었다면 제주가 아닌 전라남도나 경상북도 어느 곳에 깃들어 스무 계절의 시간을 살아냈을지도 모를 일. 삶이란 건 우연과 의도가 겹쳐져야 완성되는 퍼즐 같다. ▲ 제주에서의 스물 한 번째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 라봉 짧은 연애 같았던 제주 시골생활 1년이 지나고 ..
비혼(非婚) 여성의 귀농…라봉이 들려준 제주살이 귀농 4년차, 함께 또 홀로 단단하게 여물어가는 힘 작년 5월, 제주로 여행을 갔다. 당근이 많이 나는 제주 동쪽의 조용한 마을, 구좌읍 하도리에 묵을 때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을 보러 그곳에 온 라봉을 우연히 만났다. 처음 내 시선이 머무른 건 라봉의 시커먼 손이었다. 화산토가 쏟아져 내려 검은 흙이 많은 제주, 그곳에서 농사짓는 라봉의 손에는 손톱까지 까만 흙이 가득 박혀 있었다. 라봉은 손을 깨끗하게 씻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얘기 들어보니 기계는 물론 괭이조차 쓰지 않고, 장갑도 끼지 않고, 맨손으로 흙을 뒤집어가며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그 손을 보고 있노라니 나의 귀농에 대한 낭만이 깨지는 것 같았다. ▲ 제주여성농민회 언니들과 풍물 배울 때. 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