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나무 있는 밭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킬까?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열아홉 번째 이야기 1월 한 달 놀고 2월부터 다시 일을 시작한 K. 그 일이라는 게 밭작물을 키우는 것이어서 3월 중순까지는 그런대로 한갓졌는데, 그 이후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면서는 많이 피곤해하는 것 같다. 아침형 인간인 나와는 반대여서 밤에 오히려 생생해지고 기운 나는 사람이, 요즘은 저녁을 먹고 나면 영 맥을 못 춘다. 방금 전에 엎드려서 책을 펼치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 속에 얼굴을 묻고 졸기 일쑤. 내 예상을 비껴간 K의 결정 그런 K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한편, 흐뭇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애당초 시골생활에 큰 뜻이 없던 그가, 심지어 텃밭 수준의 농사도 한 발자국 뒤에서 관망하며 내가 해달라는 것만 하던 그가 ..
이대로 괜찮을 거라는 예감 혹은 믿음 13. 미디어 www.ildaro.com 스님이 우려내 주신 발효차를 한 모금 마신다. 찻잔 속에서 찰랑이던 안온함이, 차 한 모금과 함께 내 안으로 쑥 들어온다. 뜨끈한 방바닥 위에 엉덩이를 붙였어도 쉬이 가시지 않던 한기가 그제야 한 발자국 물러서는 듯하다. 몸이 노곤해진다. 스님만 허락하신다면 방 한쪽에 놓인, 날렵한 턱 선을 자랑하는 작은 부처님 상 앞에 누워 한숨 자고도 싶다. 아니, 찬바람 스며드는 문 옆에 앉아 가만히 벽에 등을 기댈 수만 있다면. 그러면 잠보다 더 달고 깊은, 사락사락 눈 쌓이는 소리에 취할 수 있을 텐데. 금대암에다 가려다 안국사에 머물다 ▲ 새 해 첫날, 금대암 가는 길 위에서. ©자야 새 해 첫날 아침, 나와 K는 군고구마와 두유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