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열여덟번째 일 년에 네다섯 번쯤 마을 울력을 한다. 마을로 들어오는 길가에 코스모스를 심는 '꽃길 가꾸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청소가 주된 일이다. 봄에는 봄맞이 대청소를, 설과 추석이 끼여 있는 가을겨울엔 명절맞이 대청소를 하는 식. 며칠 전이 마침 청소하는 날이어서 아침상을 물리자마자 빗자루를 들고 회관 앞으로 나갔다. 작년 가을부터 올 초봄까지 집을 비운 적이 많은데다, 집에 있는 날엔 춥다고 방에 웅크리고 있느라 동네 분들을 거의 만나지 못해서 그런지, 오랜만에 동네 분들을 뵙는 자리에 나서는 것이 조금 쑥스러우면서도 설렜다. 늙었다고 봄을 모르겠는가 시골에서 땅만 파며 산다고 해서, 게다가 나이가 많다고 해서 봄을 외면할 수 있을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를 리 없..
생명체로서 자연의 시간을 체험하며 봄맞이 물청소를 했다. 겨우내 흙투성이로 더러웠던 베란다 바닥을 물로 닦아내니 마음까지 가벼워졌다. 지난 겨울 실내에 갇혀 추위를 피하던 화초들을 모두 내놓은 지도 벌써 보름. 개나리가 노오랗게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던 것은 지난 달 20일경이었던 것 같다. 일교차가 심해서인지 선인장은 다소 파리한 빛을 띠고 있었지만, 은행나무, 단풍나무도, 철쭉과 백화등도 연하고 보드라운 새 잎을 가만히 내밀고 있다. 그래서 4월을 ‘맑은 잎새의 달’이라고 하나 보다. ‘내 시간은 봄에 맞춰 있다’ 열어둔 창을 통해 보니 봄은 봄이다. 만발한 노란 개나리, 만개하기 시작한 연분홍의 벚꽃, 그리고 터지기 직전인 하얀 목련꽃, 봄꽃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3월 중순경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