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 행복과 평화를 얻는 길 10시 30분 전이다. 반납할 책을 챙겨들고 서둘러 집을 나왔다. 밤바람이 아직은 차다. 낮 시간동안 이런 저런 일을 하다 보니, 이렇게 늦은 시간에야 도서관 갈 짬을 낼 수 있었다. 그나마 지난 3월부터 종합열람실이 밤 10시까지 문을 열어두면서 가능한 일이다. 밤에 도서관 갈 일이 뭐가 있겠나, 했었지만 이렇게 막상 갈 일이 생긴다. 늦은 시간이라 사서를 피곤하게 할 것 없이 얼른 기계로 도서를 반납했다. 필요한 책을 찾아 대출까지 끝냈는데도 아직 문 닫을 시간까지는 몇 분 남았다. 그리고 열람실을 둘러보니, 늦은 시간에도 책 읽는 사람이 여럿 눈에 띈다. 이번에 대출한 책은 존 러스킨의 (느린 걸음, 2007)이다. 이미 감동적으로 읽은 책이지만, ..
행복과 가난의 관계를 생각하며 산행동무였던 이웃화가가 도시를 벗어나 멀리 이사를 갔다. ‘가난이 무서워’ 도시를 떠난다고 했다.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아닌 듯했다. 시골에 간다고 해서 그녀가 가난을 벗어날 것 같지도 않으니까. 오히려 도시에서 가난한 것이 무서워, 아니 도시에서 가난하면서 행복하기 힘들어서 도망치듯 도시를 떠나버린 것이 분명하다. 그녀가 도시에 머물러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물론 큰 돈을 벌지는 못했겠지만, 적어도 도시에서 생존할 만큼은 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도시 삶을 선택함과 동시에, 그림 그릴 여유도, 자연과 벗하는 한가로운 삶을 살 기회도 박탈당하게 되리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녀가 실패한 삶은 ‘도시에서’ 생존할 돈을 마련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