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말이 없다. “힘없는 신인배우”였던 故 장자연씨가 세상을 떠난 지 3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우리의 수사기관은 ‘성 착취’의 피해자였던 젊은 여성이 직접 쓴 호소의 글과 명단을 입수하고서도, 사회정의가 무엇인지 보여주기는커녕 고인의 존엄성을 또다시 훼손하고야 말았다. “힘없는 신인배우” 또다시 희생양 돼 지난 3월은 故 장자연씨가 생전 ‘성 상납을 강요당했다’며 그 명단을 적은 일명 ‘장자연 리스트’ 존재가 알려지면서 사회가 충격으로 들썩였다. 한 젊은 여성연예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성 착취의 고리’가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인가, 힘없는 약자를 잔인하게 이용하고 착취한 자들이 밝혀지고 처벌받을 것인가, 많은 이들이 분노하며 경찰수사에 주목했다. 그러나 경찰은 故 장자연씨의 49제가 있던 날인 4..
법의 판단에 ‘정답은 없다’ 사람들의 뇌리에는 헌법재판소가 정의롭고 사리에 맞는, ‘절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암암리에 내재돼있다. 그러나 의 저자 김두식씨의 생각에 따르면, 이같은 믿음은 그릇될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 매우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는 법적 판단에 있어, ‘정답은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저자는 이현세의 만화 에 대한 판결문을 예로 들면서, 법원의 판결문 역시 ‘일반 보통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 ‘성적 도의관념’, ‘건전한 사회통념’과 같은 가상적이고 애매모호한 개념에 의지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음란’이라는 개념 자체가 ‘살인’이나 ‘강간’보다 훨씬 더 뜻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단어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식적으로 법은 ‘절대적인’ 판결을 내려주는 존재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