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일하는 사회, 산재는 인정될까? 이토록 무방비한 산업재해 사회(2)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산재보험, 알면서도 못 쓰는 이유 “아프냐, 나도 아프다.”회사원들의 흔한 점심시간 대화다. 일시적 통증이나 피로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 만성적으로 안 아픈 사람이 드물다. 한명이 아프다는 말을 시작하면 여기저기서 나도 아프다는 이야기가 쏟아진다. 두통, 소화불량처럼 비교적 가벼워 보이는 질병부터 허리디스크, 거북목증후군, 고지혈증, 뇌졸중에 이르기까지 온갖 병명이 등장한다. 이어서 어떤 음식이 좋다더라, 어느 병원이 잘 한다더라, 이런 운동을 해봐라 같은 이야기를 왁자하게 나눈다. 이야기가 끝..
거리에서도 직장에서도 ‘우연히’ 살아남았다 이토록 무방비한 산업재해 사회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그는 공장에서 일했다. 대학생이었지만 ‘노동현장’을 배울 수 있다며 좋아했고, 월급으로 활동비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몇 달 뒤, 안전장치가 없는 기계 앞에서 일하던 그는 감전됐다.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공장 사장은 그의 유족에게 ‘보상금을 노리고 죽은 거 아니냐?’고 했다. 나는 그의 죽음도 믿을 수 없었지만, 공장 사장의 말도 믿을 수 없었다. 내가 처음으로 본 자본주의의 맨얼굴이었다. 나를 포함한 동지들 모두 마음 한 켠에 깊이 묻어 둔 그의 죽음, 20년도 더 된 일이다. ▶ 안전장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