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던 날 언제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한 걸까? 버스에 오를 때까지도 계속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산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눈이 멎었다. 좁은 도로 위도, 텅 빈 야영장에도, 주변을 에워싼 숲에도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었다. 세상이 온통 새하얗게 눈부시다. 도착한 날, 바로 그날 새벽부터 내린 눈이란다. 정말 운 좋은 날이다. 내게 눈은… 내 고향에서는 겨울이라도 눈은 진기한 구경거리였다. 귀와 코를 잘라낼 기세로 휭휭 불어대는 매서운 바닷바람이 뼈 속까지 파고들 때도 눈은 내리지 않았다. 어느 해인가 잠깐 눈이 땅을 살짝 가릴 정도로 다녀간 날, 온 동네아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집밖으로 뛰쳐나와 눈사람 만들기에 열중했다. 그나마 대문 앞에 눈사람, 아니 회색 빛 흙사람이라도 세운 아이는 얼마나 의..
[이경신의 철학하는 일상] 지구상의 온 인류가 최근 손을 깨끗이 하기 위해 사용한 물은 얼마나 될까? 경쟁하듯 넘쳐 나는 신종플루에 대한 기사를 대할 때마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커져만 가는데, 그 두려움을 맞설 유일한 방도가 틈만 나면 손을 씻는 것이라니…. 내게 손 씻는 강박적 습관을 안겨 준 그 존재가 어느날 문득 궁금해지기 시작했다면, 놀라운 일일까?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인 바이러스 가을을 맞는 요즘, 설상가상으로 신종플루에 계절독감과 감기까지 유행한다 하니, 바이러스에 대한 불편함과 두려움이 날로 더하다. 도대체 바이러스는 무엇일까? 식물, 동물, 그리고 곰팡이는 눈에 보이는 존재들이라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그에 반해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아, 공포스러운 전염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