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동안 관통해온 기억을 풀어내며 1. 꿈을 꾸다 [칼럼 소개: 성폭력 피해생존자 너울의 세상을 향한 말 걸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www.ildaro.com] “상처의 치유는 문제를 덮어둠으로써 가능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들춰내며 자신의 경험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 재발견함으로써 가능하다. 폭력 당한 경험을 잊으려는 노력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여성주의 시각으로 재해석할 때 가능하며, 이 때 그들은 희생자가 아니라 생존자가 된다.” -정희진 중에서 꿈을 꾸다 2007년 12월 어느 날 서른 세 해를 마무리 하던 나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짧은 삶을 살아오면서 스스로에게 가장 편하고 행복한 시기라고 자부하며 보내고 있었던 날이었다. 성인이 되어서 처음으로 내 ..
"난 죽을 때까지 배우다 죽었으면 좋겠다" ‘홍도야 울지 마라 오빠가 있다…’ 이옥선 할머니 방에는 언제나 오래된 가요가 흘러나온다. 많은 시간을 혼자서 보내야 하는 할머니는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노래를 듣는다고 했다. 할머니는 한참을 따라 부르시다가는 “진짜 이름은 홍도가 아니다. 기생 질 하느라 홍도라 불렀지. 두 남매야. 홍도하고 홍도 오빠하고 두 남매인데…” 그렇게 노래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고는, 옛날 극단에서나 볼 수 있던 ‘이야기 꾼’ 같은 목소리로, 노래의 시작은 이렇게 하는 거라며 흉내를 내신다. “한 옛날에 순이라 부르는 여성의 두 남매가 살고 있었다. 그 오빠를 공부시키기 위해서 기생 몸이 되어 홍도라고 불렀다” 재치와 유머를 겸비한 이옥선 할머니는 사실 대단한 ‘이야기 꾼’이다. 증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