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하는 도시의 집에서 농촌의 자립하는 집으로 귀농 1인가구 비혼여성이 경험한 집의 세계 ▲ 6년째 살고 있는 집. 마당에선 깨가 말라가는 중이다. (길날) 남도의 한 농가에 정착한 지 6년 차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남도의 한 농가다. 5년 전 이른 봄에 남동생과 이곳으로 이주해왔다. 동생과는 20년 넘게 떨어져 지내다 여기로 오면서 같이 농사지으며 살게 된 것인데, 동생이 올봄에 이웃마을로 거처를 옮기게 되어 지금은 따로 살면서 기백 평 규모의 논과 밭만 함께 경작하고 있다. 한편 2년 전부터 한집에서 살아온 반려견이 있는데, 재작년 이른 봄날 강아지 한 마리가 목줄도 없이 온몸에 풀씨를 잔뜩 매단 채 제 발로 이 구석진 집까지 걸어 들어와 ‘식구’가 되어 주었다. 우리 마을을 오가는 군내버스는 하루에..
해우소 이야기② 사사의 점심(點心) 시골살이[24] ※ 경남 함양살이를 시작하며 좌충우돌, 생생멸멸(生生滅滅) 사는 이야기를 스케치해보기도 하고 소소한 단상의 이미지도 내어보려 합니다. [작가의 말]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들어가면 백전마을이란 곳에 내가 다니는 학교가 있다. 일종의 생태대안학교로, 폐교된 학교를 고쳐서 만들었으나 가꾸는 사람이 별로 없어 풀이 무성한 곳이다. 주로 어른들이 공부하러 오다가 아예 이곳에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학교 곳곳에는 버릴 만한 오래된 물건들이 제법 있어서 하루는 낡은 의자를 하나 집으로 가져왔다. 앉는 방석은 없어지고 뼈대만 남은 것인데 오랜 시일동안 방치된 듯 녹이 많이 슬어있었다. 이것으로 생태화장실을 만드는데 쓰려고 집어왔다. 빌려 사는 시골집의 화장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