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 '몸 이야기' 다시 읽기: 또래에게 침해당하는 몸의 권리 연예인들이 학교 다닐 때 친구를 찾는 내용의 TV 오락프로그램이 있다. 방송 중에 자주 나오는 얘기가 있는데, 그 연예인이 초등학교 때 소문난 장난꾸러기여서 여자애들 치마를 들췄다거나, 좋아하는 여학생 집에 쫓아갔다 문을 안 열어주자 담을 넘었다거나, 학교에 “빨간책”을 가져와 돌렸다거나, 친구들을 집에 데려가서 장롱 속에 숨겨놓은 비디오를 보여줬다는 식의 얘기다. 그런 일화들이 나올 때마다 나의 옛 기억이 떠올라 불쾌해지곤 한다. ‘장난꾸러기’라니, 얼마나 귀여운 말인지. 그러나 그 시절 그 ‘장난꾸러기’에게 당하던 또래 여자아이들 중엔 그들이 끔찍하고 공포스럽기만 했던 아이들도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한 남자애가 유난히 나를 괴롭..
몸 이야기 다시 읽기: “뭐 피해본 거 없죠?” 몸에 스미는 공포에 몸이 떨렸다. 다행히 할머니가 하는 가게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서 마중을 나오라고 하고 기다리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며칠이 지났지만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하자 내 몸에 새겨졌던 공포가 스멀거려 아프다. 그 날은 친구들과 골목 입구에서 헤어져 걷고 있는 중이었다. 누군가 쫓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늦은 밤이었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운 터라 가로등에 비춘 실루엣을 보고 발걸음을 일부러 늦췄다. 그런데 그는 멈칫하다가 나를 지나쳐 갔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그리 크지 않은 체구의 젊은 남자였다. 그나마 술에 취한 것 같지도 않아 다행이다 싶어서 마음을 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