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슈얼리티의 억압도 정치적인 것이다 혁명과 섹스② ※ 글 쓰고 그림 그리고 퍼포먼스를 하는 예술가 홍승희 씨의 섹슈얼리티 기록. (일다) feminist journal ILDA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하라? 동거하기 전, 우리는 자주 모텔에 갔다. 섹스할 곳이 없었으니까. 모텔은 비싸서 DVD방에서 황급히 일을 치르기도 했다. 어느 날 섹스 후 그가 말했다.“우리, 이제 너무 자주 모텔에 오지 말자.”“응. 왜요?”“사람들이 그렇게 볼 수도 있어. 혁명한다는 애가 여자랑 이런 데를 와? 하고 말이야.” 수긍했다. 모텔에서 나오는 길에 아는 사람과 마주칠 때 민망했으니까. 그런데 그의 말이 왠지 거북했다. 나는 그저 ‘여자’이고 우리가 교감하는 이곳은 ‘이런 데’일 뿐인가. ▶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
섹스 잘하는 수컷으로 인정받고 싶니? 남자 역할, 여자 역할의 허망함 열아홉 살 때였다. ‘남자다운 남자’가 이상형이었던 나는 세 살 연상의 남성스러운 학군단(학생군사교육단) 남자를 소개받았다. 그는 과묵하고, 듬직하고, 자상했다. 화이트데이였다. (찝찝한 첫 경험 이후 화이트데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모든 기념일이 싫다.) 어쨌든 그는 화이트데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줄 것이 있다며 나를 집으로 유인했다. 알았다. 우리가 섹스하겠구나. 뭘 입고 갈까 고민하다 여성스러운 원피스를 입고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가 집에서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만들어줬다. 버섯을 깨끗하게 씻고 칼로 송송 자르는 그의 손이 아름다웠다. 깨끗하고 계획적이고 책임감 있고 남자다운 그가 요리하는 모습이 이색적이고 신선했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