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신의 철학하는 일상 아침마다 창을 여는 습관을 접고, 닫힌 공간 속에 웅크리게 되는 겨울이 오면, 불현듯 뜨개질 생각이 난다. 뜨개질을 잘해서는 아니지만, 그냥 폭신하고 따뜻한 모자, 장갑, 목도리, 스웨터를 뜨는 광경만 떠올려도 마음은 벌써 훈훈해져 온다. 장롱 깊숙이 넣어둔 뜨개바늘과 상자 속에 모아둔 친구의 낡은 티셔츠들을 꺼내 들었다. 작년 겨울처럼 올해도 발판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면 티셔츠를 잘게 잘라 실을 만들고 색깔을 어울리게 배치한 후 실을 연결해 메리야스 뜨기를 하면 나름대로 쓸만한 발판이 된다. 심리적 시간과 물리적 시간의 차이 뜨개질을 하다 보면 시간이 참 잘 간다. 한참 동안 발판 뜨기에 몰두하다 잠시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려 놀란다. 아쉬운..
사고로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 부고를 받았다. 물놀이 사고로 50일 동안 뇌사에 가까운 상태로 있던 청소년이 결국 이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누구나 그렇듯 그를 아끼던 사람들도 그런 갑작스런 죽음을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기가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할머니가 내 곁을 떠나갔던 20여 년 전 그날의 일을 아직도 내가 생생하게 기억해낼 수 있는 것도, 사고사의 충격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은, 죽은 자가 ‘사고로 죽는 과정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오기도 하고, 또 그 동안 죽은 자와 맺어온 친밀한 관계의 단절에서 생겨나기도 하는 것 같다. 다른 죽음도 마찬가지겠지만, 불의의 사고로 가까운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