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개의 이름표를 가진 여성들이 만날 때제7회 디아스포라 영화제 상영작 낯선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소개다. 살면서 수십 번은 했을 일인데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학교 다닐 땐 ‘X학년 X반 누구’라고 소개하거나 ‘XX학과 XX학번 누구’라고 하면 쉽게 끝날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큰 이름표(Tag)가 사라지자 어디부터 어디까지 날 소개해야 하는지, 그 범위를 정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 이 사람 앞에서 날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해도 괜찮을까? 퀴어라고 커밍아웃해도 괜찮을까? 무슨 일을 한다고 이야기해도 괜찮을까? 어떤 단어는 단어만 얘기하는 걸로는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부가설명을 첨삭해야 할 때도 있다.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어떤 정형화된..
다시 ‘낙태’ 금지국가로?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위협받는 임신중단권과 사회적 쟁점들 페미니스트 저널 바로가기 ‘산모의 건강(생명)에 위험이 있을 경우만을 제외하고 근친상간이나 강간으로 인한 임신도 임신중단이 불가능’한, 사실상 임신중단 금지법안이 미국 앨라배마주 의회를 통과했고 케이 이비(Kay Ivey) 주지사가 서명을 완료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2019년 5월 14일에 일어난 일이다. 심지어 이 법안에 의하면 임신중단 시술을 한 의사는 최대 99년형 혹은 무기징역형까지 처벌받을 수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이 법안이 바로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며, 미국시민자유연맹(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등의 시민단체들이 앨라배마주의 이번 법안이 위헌이라는 소송을 진행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