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존자가 다른 생존자에게 15.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기록, “꽃을 던지고 싶다”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 www.ildaro.com 수연님, 당신에게 닿지 않을 지도 모르는 이 편지를 쓰기로 한 것은 이렇게라도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아니요, 전하고 싶었습니다. 저의 치유를 위해,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서 말이지요.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책이 나온다는 기사를 접하고, 반가운 마음 고마운 마음과 함께 마음이 소란스러워졌습니다. 제가 수연님의 글을 처음 읽은 것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식지에 실린 생존자 수기에서였지요. 읽으면서 어찌 이런 삶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읽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사건들이었어요. 그러나 그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나가는 수연님의 ..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 14. 공주라 불리던 아이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기록, “꽃을 던지고 싶다”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www.ildaro.com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아이. 죽어야 했던 아이. 질긴 생명력을 가진 아이. 어릴 적 나는 스스로에 대해 줄곧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믿으며 성장했다. 어른들은 나를 보며 항상 신기해하셨다.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의 강한 생명력을 느끼시는 듯 놀랍다고들 말하셨다. 맏며느리로서 아들을 낳아야 했던 엄마는 언니 둘을 낳고 내 바로 위로 오빠를 낳았다. 아들을 낳아서 이제 자식을 그만 낳고 싶으셨지만, 아들 하나 더 낳으라는 할머니의 강요에 못 이겨 나를 임신하셨다. 아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임신한 몸으로도 아버지로부터의 구타와 농사일을 감당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