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핏”[머리 짧은 여자 조재] 편의점 식사와 닭꼬치 찐 고구마 3천원어치를 샀다. 주먹보다 작은 밤고구마 여섯 개를 봉지에 담아 달랑달랑 들고 지하철에 올랐다. 유독 배고픈 아침이었다. 카페 오픈 전, 황급히 고구마를 하나 까먹고 어느 정도 허기가 가시니 이내 고구마를 산 게 후회됐다. 생활비가 쪼들려 편의점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던 참이었다. 아침부터 3천원을 쓴 게 괜히 아깝다. 처음부터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한 건 아니었다. 일터 주변에서 밥을 먹으려면 기본 7천원은 필요했다. 매일 그만큼 식비를 지불하기엔 부담스러웠고, 그나마 저렴한 김밥○○ 같은 곳에서 5천원짜리 밥을 먹었다. 그마저도 부담스러워 3천원짜리 김밥을 사먹기도 했다. 결국 줄이고 줄여 편의점까지 온 것이다. 편의점에서는 2천원이..
‘요즘 일 안하고 뭐하고 지내니?’[나의 알바노동기] 쓸모없는 존재라는 무기력 벗어나기 ※는 청년여성들의 가감없는 아르바이트 현장 경험을 기록합니다. “나의 알바노동기” 기획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연재됩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돈이 없으면 몸이 고생하는 구나! 열다섯 살 무렵 내가 마치 새장에 갇혀 있는 새처럼 느껴졌다. 학교에서 “학생답게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되고, 숙제도 잘해야 되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들어야 착한 학생이야”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무조건 공부만 잘하고 선생님들이 정해준 ‘학생의 모습’대로 살면 나는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숙제를 해오지 않으면 잘못한 거니까 맞는 게 당연하고, 성적대로 이동식 수업을 하는 게 당연한 공간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