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태어났다고 상대를 하대할 권리는 없다[머리 짧은 여자, 조재] 우리는 동등한 관계가 될 수 있을까 나는 늘 미래에 직업을 택할 때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이 친해지기 위해 가족관계와 학력, 나이, 애인 유무 등 신상을 낱낱이 캐묻는 상황이 불편해서다. 상대방의 나이를 알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동의도 구하지 않고 쉽게 말을 놓고, 조언을 늘어놓는다. 욕설을 내뱉고, 서로를 비하하는 말로 친근감을 표현하는 문화 역시 익숙해지기 어렵다. 근 2년간은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 지내다보니, 나는 내가 사람들 속에 섞여서 살 수 있다고 잠시 착각했나보다. 최근 잊어버리고 있던 불편한 감정들이 되살아났다. ▶ ⓒ머리 짧은 여자, 조재 얼마 ..
친절을 강요받는 사람들을 위한 셀프 디펜스[최하란의 No Woman No Cry] 존엄한 인간으로 노동할 권리 ※ 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훈련과 몸에 관한 칼럼 ‘No Woman No Cry’가 연재됩니다. 최하란 씨는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이자,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입니다. feminist journal ILDA 바로가기 활동성 좋은 바지를 고르고, 검은색 티셔츠를 꺼내 입는다. 티셔츠에는 KMG(Krav Maga Global) 로고와 INSTRUCTOR 글자가 큼직하게 인쇄돼 있다. 내가 셀프 디펜스 강사임을 알려준다. 준비한 테크닉들을 파트너와 최종 연습해본다. 공격자 역할을 하는 파트너는 큰 가방에 쉴드와 손미트, 스펀지 막대, 전완 보호대, 연습용 칼을 챙긴다. 나는 수업안을 다시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