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간을 되살려내는 ‘언어’ 나탈리 사로트 “어린 시절”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안미선이 삶에 영감을 준 책에 관해 풀어내는 연재. 한국여성민우회 블로그 ‘민우트러블’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 일다 www.ildaro.com 지나온 여러 시간들이 일제히 일깨워질 때 매미는 다섯 시가 지나면 운다. 비가 내리는 새벽에도 운다. ‘맴맴맴매애앰……’ 문득 시작해서 익숙하게 대기 중에 자리를 잡는다. 그 소리는 허공에 전류를 일으켜 사물을 감전시키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그만그만한 사물에 덧입혀지는 그 음색은, 모든 것이 그대로라거나 모든 것이 그대로일 수 없다는 상반된 뉘앙스로 다가온다. 매미 소리가 없다면 여름 풍경은 묵묵하겠지만 돌연하고 끈질긴 매미 소리로, 사물들은 존재가 부..
영어교육에 열을 올리는 어른들을 보며 남미 화가 보테로(Botero) 전시회가 끝나가고 있던 터라 짬을 내 지난 주 일요일에는 전시회에 다녀왔다. 방학이 끝났는데도 일요일이어서 아이들이 제법 많았다. 평일이었다면 좀더 쾌적한 상황에서 그림을 관람할 수 있었겠지만, 통 시간을 내지 못했다. 그래도 전시 끝 무렵이라 그런지 관람이 힘들 정도로 사람이 붐비지는 않았다. 그렇게 그림을 구경하고 있는데, 한 젊은 여성이 서너 살 가량의 어린 꼬마를 안고 옆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린아이는 그림보다도 전시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보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저 어린아이가 뭘 알까마는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를 주지 않는다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를 바라보았다. 얼마 전, 고흐의 밤 풍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