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옥의 폐경(閉境)의례 갱년기에 대한 여성 개개인의 인식, 혹은 담론은 여성들이 자기 자신에 몰두하는 게 가능해진 이후에 나타난다. ‘개인’으로서의 여성, 즉 여성들의 ‘개별성’이 생겼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우리 어머니 세대까지만 해도 여성들은 몸이 보여주는 증상을 토대로 생애의 특정 시점을 인지하지 않았다. “갱년기? 난 갱년기가 언제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라. 둘째가 화상을 입어서 내가 매일 병원 드나들 때, 그때가 갱년기였나?” 이렇게 말하는 어머니 세대들은 생애의 특정 시기들을 그때그때 발생한 ‘사건별’로 인지하곤 했다. 쓰시마 유코의 뛰어난 단편「나」에 나오는 어머니는 일기인지 일지인지 확실치 않은 삶의 기록을 남기는데, 평범하고 순탄한 나날에는 단 한두 문장으로 그리고 애간장이 끊어지는..
김영옥의 웰컴 투 갱년기 랜드?! (menopause)라는 뮤지컬이 있었다. 블루밍데일 백화점 란제리 세일에서 네 명의 중년 여성들이 만난다. 블랙 레이스의 브래지어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던 이들은 자신들이 서로 얼마나 많은 경험과 관심사를 나눌 수 있는지에 대해 깨닫는다. 기억력 감퇴, 발열, 홍조, 수면 중 과도하게 땀을 흘리는 도한증, 늘어가는 주름, 성형 수술, 호르몬, 불면증, 성욕 감퇴, 성욕 증가 등등. ▲ 뮤지컬 (menopause) 포스터 나는 를 보지 않았다. 에 대한 이 기본 정보는 구글이 제공하는 길고 상세한 설명 중 첫 번째 문장들을 간추린 것이다. 2001년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소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2006년 봄에 종연할 때까지 1500회 이상의 공연 기록을 세웠다는 이 뮤지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