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과 노쇠로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할 때 복지체계가 제공하는 돌봄은 방문간호와 데이케어가 있고, 이게 어려워지면 요양병원-재활병원으로, 그것도 어려워지면 요양시설로 의존하는 몸의 이동이 이루어진다. 혼자 사는지, 가족과 함께 사는지에 따라, 그리고 가족이 돌봄서비스 체계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얼마큼 확보하고 있는지에 따라 의존의 양상이 달라진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대상이 되기 위해 등급을 받는 것조차, 정보를 갖춘 관련자들의 협업이 없으면 가능하지 않다. 요양원, 즉 요양시설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노년이 ‘마지막’으로 가는 곳,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여겨진다. 그러기에 거의 대부분 당사자 본인이 아니라 보호자-돌봄자가 결정하게 된다. 삶이 지속되는 장소, 즉 ‘집’이 아니라, 삶은 멈추고 생명만..
간병, 사회적 분담 못지않게 ‘젠더 정의’가 중요하다고통으로 잠 못 이루는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 엄마가 계단을 기어서 올랐을 때, 눈앞에서 견고한 문이 쾅 하고 닫히는 것 같았다. 지금 저 계단을 기어오르는 사람이 내 엄마라는 걸 인정할 수가 없었다. 너무 불쌍하고 참혹해서,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이 광경을 믿을 수가 없어서. 엄마에게 소리 지르고 싶었다. ‘엄마 왜 그래, 걸으라고. 지난주에도 걸어 올라갔잖아.’ 이를 기점으로 엄마는 무너졌다. 거부하던 침대를 수용했고, 손이 떨려 숟가락을 혼자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식사 수발을 받아들였고, 대변을 보고 더이상 혼자 처리할 수 없음을 어렵게 인정했다. 나는 엄마의 급속한 쇠락에 망연자실, 모든 걸 다 처리해야 했지만 실상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