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은 안 되고 위계폭력은 당연한가요 극단 Y를 만나다 오디션 탈락 소식에 의기소침해 있는 수진은 카페에 앉아 있다가 작가로 잘 나가는 ‘남자’ 선배와 마주친다. “너 내 작품에 출연할래? 하나는 모성애에 관한 얘기고, 하나는 창녀 얘긴데. 어때, 뭐할래?” -연극 중에서 연극, 영화, TV 드라마 등에서 ‘한정적이고 대상화된 여성 캐릭터’가 재현되는 방식에 대해서 꾸준히 문제 제기되어 오고 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반복되는 걸까? 그런 캐릭터를 만드는 작가나 연출이 문제인걸까? 그렇다면 연기를 하는 배우나 스태프와 제작진들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는 걸까? 관객들은? 연극 현장에서 이러한 문제를 시원하게 꼬집어 낸 연극을 발견했다. 지난 달 9일(일)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 있는 카페 FLOCK에서 상..
성폭력이 내게 남긴 ‘질문들’ 그 답을 찾아서생존자가 쓴 책 와 고작 5~6살이었던 나를 성추행 한 가해자는 누구였을까? 난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게 없다. 기억나는 것도 없다. 사람의 기억이란 잔인하게도, 가해자의 얼굴이나 이름을 남긴 게 아니라 그가 나에게 어떤 걸 요구했고 그가 했던 행동이 무엇이었는지만 선명하게 남겼다. 그 일은 나에게 ‘금기’ 같은 거였다. 그 당시에 누구에게 말을 한 적도 없었고 이후에 종종 그 일이 생각날 때마다 그게 나의 꿈이나 환상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왜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야 했는지 알 수 없었던 나는 그 기억을 지우고 묻어버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른가? 이상한가?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라고 날 의심하거나 책망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