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시대 한국 여성의 이주 이야기 연재를 시작하며 나의 독일 이주는 ‘헬조선’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페미니즘 매체 기자와 전문직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젠더 영역에 대한 전문성을 더 키우고 싶었고, 몇 차례의 국외 출장을 통해 외국에서 도전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었다. 이후 여러 자료 조사 끝에 프리랜서로 비자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열려 있는 독일로 오게 되었다. 독일에 온 후, 그동안 내가 입고 있던 학력이나 직업 이력 등의 옷이 모두 벗겨지고 철저하게 다시 알몸이 되어 삶을 일궈나가야 했을 때 고통스러웠다. 어딘지 잘 모르는 작은 나라에서 온 ‘아시아 여자애’가 되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고, 일상에서는 지하철에 앉아있는 나를 긴 시간 훑어보는 옐로 피버(Yello..
성폭력을 겪어도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③ 보호받기는커녕 비난받는 소수자들 ※ 성희롱 성폭력 피해자의 ‘생계’와 ‘생존’을 키워드로 삼아 성폭력의 구조를 들여다보는 기사를 연재합니다. 는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성폭력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연속집담회로, 5월부터 매달 새로운 주제로 총 5회 열립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바로가기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해서 모든 피해자가 똑같이 지원받고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판매 여성이 테이블 접대나 성매매 과정에서 경험하는 성폭력, 이주 여성이나 트랜스젠더가 경험하는 성폭력은 자살이나 살인 등 극단적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사회적으로 가시화되지 않는다. 대상화하기는 쉬우나 보호할 필요가 없는 여성, 함부로 대해도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