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이가 없도록④ 질병과 성폭력 그 자연스러운 연결고리 (혜정) 죽음은 문득 결심하게 된 것이었다. 이상한 말이지만, 당시의 나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그런 결론에 도달했던 것 같다. 신경정신과 약만으로는 나를 압도해버린 그 고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수면제를 들고 한강으로 향하던 길은, 이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 부인하거나 도망치려 해도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 것들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는 내가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선을 넘어버렸다 생각했고 문득,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여름이었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맑고 화창한 날이었다. 모임에서 (혜영) 성폭력, 데이트폭력 경험..
불안으로 추동되었던 20대, 나의 미래는? 여성단체 활동가로 살며 ※ 2014년 는 20대 여성들이 직접 쓰는 노동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이 기획은 한국여성재단 성평등사회조성사업의 지원을 받습니다. [편집자 주] 28살, 현재 직업 여성단체 활동가. 100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의 대부분은 월세, 요가학원비와 인문학 강의를 듣는 데 쓴다. 저축은 한 푼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며 공부도 하는 당찬 20대 같다. 하지만 실상 나는 습관적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며 ‘미래 계획 세우기’를 취미이자 특기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지난 한 달 동안에도 미래 계획을 세 번이나 새로 세웠다 폐기했다. 하나는 공무원, 또 다른 하나는 자산회계 자격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