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는 함께, 피임은 따로? 나의 피임 역사 ※ 글 쓰고 그림 그리고 퍼포먼스를 하는 예술가 홍승희 씨의 섹슈얼리티 기록, “치마 속 페미니즘” 연재입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 거추장스러운 피임 첫 성경험을 할 때 나는 피임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섹스만으로도 혼란스러워서 피임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섹스 후 다음 달 생리 예정일까지 나는 임신에 대한 불안과 걱정 속에 홀로 남겨졌다. 남자친구에게는 사랑의 추억으로 남았겠지만. 이후에도 그는 ‘임신은 그렇게 쉽게 되지 않는다’면서 콘돔을 하지 않고 성기를 삽입하고, 질외사정을 했다. 그의 몸에 자궁이 달려있어도 그는 그렇게 말했을까? 처음엔 나도 걱정되었지만 ‘설마 임신이 되겠어. 임신이 그렇게 쉽게 되는 것도 아니고’ 라고 ..
생리대, 탐폰을 거쳐 생리컵까지[머리 짧은 여자, 조재] 무지여, 안녕 학교에서는 잠 잘 때 생리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다. 다만 ‘생리대의 접착면이 팬티 쪽으로 가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반대로 붙이면 큰 고통이 올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만 들었을 뿐이다. 초경이 시작된 열 네 살의 가을. 당시 내가 알고 있는 최대한의 지식-생리대의 접착면은 팬티에-을 활용해 겨우 오버나이트를 깔아주는 정도로 밤을 보냈다. 하지만 생리혈이 새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피가 샐까 두려워 몸을 목석처럼 꼿꼿이 세워 정자세로 잠을 잤지만, 밤사이 생리혈은 엉덩이를 타고 허리 아래쪽까지 흘러가기 일쑤였다. 밤마다 속옷은 물론이고 이불까지 적시다보니, 한 동안 침대가 아닌 방바닥에서 이불을 깔지 않고 잠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