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갈수록 당당하고 화려하게…’ 박내현 작가 ※망원시장 여성상인 9명의 구술생애사가 담긴 책 (푸른북스)을 기록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필자 박내현씨는 적당히, 느리게,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마을활동가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구술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몇 년 전, 엄마가 우리 네 남매의 사진들을 정리해서 하나씩 앨범을 만들어 주시는 걸 보면서, 나도 엄마 아빠 앨범을 만들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오래된 흑백사진들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한 장의 사진. 여고생 교복을 입은 사진 속 엄마는 수줍지만 환하게 웃고 있었다. 반고흐와 르누아르가 좋아 화가가 되고 싶었던 소녀, 미술학원에 다니며 공부했지만 결국에는 다른 길을 선택했던 엄마의 얘기를 떠..
시장 안에 내 가게가 있다는 게 좋아 문양효숙 작가 ※망원시장 여성상인 9명의 구술생애사가 담긴 책 을 기록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필자 문양효숙씨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가끔,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을 때, 시장에 갔다. 무언가를 사고파는 분주한 움직임과 손님을 끌기 위한 상인들의 우렁찬 목소리 사이를 천천히 걷노라면 펄떡이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삶의 최전선에서 자신의 힘으로 수레바퀴를 굴리는 사람들만이 지닌 강인한 에너지,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제대로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때로는 너무 강하고 거칠어 압도될 때도 있지만, 시장의 생기는 펄 속으로 가라앉는 듯한 삶을 깨우곤 했다. 그런 에너지가 만나고 모여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