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중심의 서사가 아닌 ‘가해자의 자리를 묻다’ 권윤덕 작가의 전작, 일본군 ‘위안부’였던 심달연 님의 이야기를 담아낸 『꽃할머니』의 마지막 장면에서 독자들은 두 여성의 응시를 마주하게 된다. 원래는 당시의 국제정세를 반영해서 이라크 여성만 그렸는데, 권윤덕은 베트남 여성을 그려 넣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종의 다짐”이었다고 말한다. 『꽃할머니』가 한국의 한 여성의 이야기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다짐이자, 지금도 곳곳에서 전시 성폭력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 “이 장면을 그리면서 『꽃할머니』가 미완의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꽃할머니』(2010) 출간 이후 베트남전쟁 전시 성폭력 피해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려던 당초의 계획은 여러 난관에 부딪혔다. 베트..
전쟁과 분쟁 속 젠더폭력 피해여성에게 날아간 나비기금 10년, 그리고 10년 전, 2012년 3월 8일 세계여성의날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故 김복동 여성인권운동가와 길원옥 여성인권운동가가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각국의 전쟁 피해여성들을 돕고자 하는 뜻을 밝혔다. “일본 정부의 배상금을 받게 된다면, 전액을 콩고의 강간 피해여성들을 돕기 위해 기부하겠다”는 할머니들의 뜻을 따라서, 세계 곳곳의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나비기금’이 만들어졌다. 이 기자회견에서 故 김복동 여성인권운동가는 “나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지만, 지금도 매주 수요일이면 일본대사관 앞에 서서 우리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시키라고 싸우기를 계속하고 있지만, 지금 세계 각지에서 우리처럼 전시 성폭력 피해를 입고 있는 여성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