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둘, 하나, 그리고 제주 바다 이승희 시집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의 저자 안미선이 삶에 영감을 준 책에 관해 풀어내는 연재입니다. –편지자 주 처음에는 나 혼자였다. 제주도 버스정류장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데 한 여자가 다가와 자신이 중국인이라며 ‘만장굴’이 어디냐고 묻는다. 버스를 타고 여행하는 그녀는 걱정이 많다. 어떤 버스를 타고 요금을 얼마나 내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숙소에서 알려줬다며 '만장굴'과 '섭지코지' 행선지가 쓰인 종잇조각을 꼭 움켜쥐고 있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단지 도시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충동적으로 비행기를 타고 오긴 했는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딱히 갈 데 없이 앉아 있던 참이었다. 그래서 그녀가 버스에 올라탔을 때 나도..
고제량의 제주 이야기(6) 오름과 오름 사잇길 걷기 [관광개발로 파괴되는 제주의 환경훼손을 막고 대안적 여행문화를 제시하는 생태문화여행 기획가 고제량님이 쓰는 제주 이야기. ‘관광지’가 아닌 삶과 문화와 역사를 가진 제주의 참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제주도의 다섯 개 밭 ▲ 제주도의 ‘오름’은 촐밭과 새밭이 되었던 곳으로, 오름 사잇길에는 제주사람들의 고단한 삶이 지금도 서성인다. © 고제량 제주도는 밭이 있어야 살았다. 그 밭은 땅에도 있지만 바다에도 있다. 숙전, 촐밭, 새밭은 땅에 있는 밭이고 메역밭, 할망밭, 선생밭은 바당밭이다. 그리고 땅의 밭과 바당밭만 있다고 살아지는 건 또 아니었다. 소금밭도 있어야 했다. 그러고 보면 숙전, 촐밭, 새밭, 바당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