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도 이런 마음으로 바느질했을까 [일다] 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44) 외할머니 이야기 친할머니는 우리 자매들을 예뻐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 가운데 나는 더 예뻐하지 않으셨다. 그 이유는 내가 엄마를 가장 닮았기 때문이다. 외가의 집안 행사를 가면, 나를 처음 보는 사람들조차도 “어머! 애는 OO 딸인가 봐! OO 어렸을 때랑 너무 똑같아!” 하며 반가움을 표현할 정도였으니, 엄마를 정말 많이 닮은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똑같은 이유로 난 친할머니로부터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다. 한번은 뭔가 먹고 있는 나를 눈을 흘기며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던 할머니가, “어쩜, 저렇게 먹는 입 모양까지 지 에미를 쏙 닮았나 몰라!” 이렇게 투덜거리시며 음식 씹을 때의 내 입 모..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다섯째 이야기 ① 어젯밤 눈송이처럼 소리도 없이 빗방울 몇 개가 떨어지는가 싶더니, 오늘은 소매 긴 옷을 겹쳐 입어야 할 만큼 기온이 떨어져 있다. 잔뜩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 가을 아침. 몸을 움직여 뭔가를 하기에 딱 좋은 날이다. 나는 뒷집 아주머니가 주신 쪽파 구근을 일찍 심기로 하고 밖으로 나간다. 대문을 열자 물기 가득한 흙냄새가 밀려온다. 이런 냄새를 뭐라고 해야 하는 건지.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냄새라 하면 말이 되려나 모르겠다. 빈자리가 커 보이는 아침 바람 스산해지고 사물 사이 여백이 많아지는 가을엔,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진다. ©자야 쪽파 심을 곳을 정하기 위해 텃밭을 휘휘 둘러보니 어느새 듬성해진 자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규모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