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理性) 숭배의 끝은 어디일까 장애여성 숨은그림찾기(15) 드라마 '천일의 약속' “장애여성, 숨은 그림 찾기” 연재는 다섯 명의 장애여성들이 다양한 ‘매체 읽기’를 통해 비장애인, 남성 중심의 주류 시각으로는 놓칠 수 있는 시선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www.ildaro.com 내가 드라마를 즐기는 이유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와의 사랑을 지키는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천일의 약속'이 끝났다. 서른 살의 지적인 여주인공(수애)이 알츠하이머를 앓는다는 설정만으로도 이미 세간의 관심을 끌 요소는 충분했다. 게다가 소름끼칠 만큼 성숙한 수애의 연기까지. 이번에도 '역시 김수현 작가다'라는 말이 여지없이 나올 정도로 시청률이 높았다. 나는 드라마를 즐기는 편이다. 드라마 중에서도 미니 시리..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다섯째 이야기 ② 듬성듬성해진 텃밭을 한 바퀴 휘 돌며 고랑에 가득한 잡풀을 뽑다가, 나는 규모가 작은 감나무 아래 이랑에 쪽파 구근을 심기로 한다. 두 개의 두둑 중 한 곳엔 이미 지난여름에 심은 당근 20여 포기가 쌉쌀한 향기를 내뿜으며 연한 주홍색 어깨를 넓혀 가고 있다. 떨어지는 감 폭탄을 견뎌내면서도 놀랄 만큼 잘 자라준 당근을 곁눈질해 가며, 나는 그 옆 고랑에 쪼그리고 앉아 쪽파를 심는다. 늦어도 일주일 후면 싹이 올라오고 늦가을이면 파란 줄기가 제법 뾰족해지다가 겨울을 넘기면서 마침내 달고 매운 제 맛을 내리라. 그러고 나면 뽑히고 다듬어져 밥상에 오르겠지. 그럼 그다음은? 이 자리엔 또 어떤 작물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게 될까? 오직 사람만 없는, 집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