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나목(裸木)이 살아 있다 박완서의 데뷔작 “나목”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안미선이 삶에 영감을 준 책에 관해 풀어내는 “모퉁이에서 책읽기”. 이 칼럼은 한국여성민우회 블로그 ‘민우트러블’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www.ildaro.com 을 읽는 시간 ▲ 박수근 作 “나무와 여인”(1956년). 박완서 작가의 데뷔작 (1970)은 박수근 화백을 모델로 삼았다. 스무 살 때 처음 읽은 소설이 이었다. 당시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나온 의 분홍 표지에는 박수근 화백의 “나무와 여인” 그림이 있었다. 은 1950년대 전쟁을 겪고 있는 황량한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도 내겐 다채로운 색깔로 채색된 진기한 이야기로 느껴졌다. 겪어보지 못한 시대의 이야기를 카랑카랑하게 들려주는 작가의 목소리..
나는 누드모델입니다 그녀는 누드모델이다. 스케치 룸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스케치 연필이나 목탄, 수채화 물감, 파스텔 등을 책상 위에 펼쳐놓는다. 그녀도 천천히 중앙에 마련된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 가운을 벗는다. 전문 모델로서 그녀가 취하는 자세는 다양하다. 그때마다의 약속에 따라 그녀는 단 옆에 서 있거나 한쪽 무릎을 세우고 단 위에 앉아 있거나 혹은 다리 하나를 앞으로 내밀고 활처럼 등을 구부린 채 엎드려 있다. 두 다리를 길게 옆으로 모으고 2단으로 쌓은 쿠션에 팔 하나를 기댄 뒷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계를 맞춰놓고 사람들은 제각각의 표정으로 스케치에 몰두한다. 그들은 집중해서 오랫동안 그녀를 본다. 해부학적 탐색과 미학적 포착의 진지함이 눈에서 손으로, 다시 손에서 눈으로 흐르며 어떤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