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 ‘피해자다움’ 사슬 묶인 성폭력피해자들 항거불능요건 완화하고, 비동의 간음죄 신설해야 미국의 저명한 형법 교수인 수센 에스트리치는 (원제 “Real Rape")에서 자신은 운 좋은(?) 성폭행 피해자였다고 고백한다. 가해자가 모르는 사람으로 흑인 남성이었고, 성폭행 후 자동차와 돈을 빼앗아 도주해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가해자가 백인남성이었고, 아는 사람으로 그가 돈도 차도 빼앗지 않고 조용히 사라졌다면? 다른 범죄와 달리 성폭행 사건은 피해자는 끊임없이 의심받고, 가해자는 동정 받는 참으로 이상한 범죄다. 성폭행 피해자가 이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다워야’ 한다. 지난해 12월 인터넷을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쇄도했던 수원지방법원의 판결은 피해자가 이른바 ‘피해자답지..
[일다] 조이여울의 기록(4) 살인피해자 가족의 죄의식, 그 사회적 의미 우리는 살인, 성폭력과 같은 강력 범죄를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하면서 살고 있다. 범행의 양상이 끔찍할수록, 피해자의 규모나 피해의 정도가 클수록 사회여론이 들썩인다. 그런데 나는 범죄 사건을 접하는 대중의 여론이 상당히 소모적이라는, 그래서 피곤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성폭력, 특히 아동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냐’며 가해자를 향해 비난을 퍼붓는다. 그러나 그 반응은 기껏 하루 이틀 후면 관심에서 밀려날 정도의 중요성밖에 지니지 않고 있다. 바로 이 가벼움 때문에, 나는 범죄 사건이 마치 사람들로부터 ‘열 받는다’ ‘충격적이다’ ‘화난다’ 하는 감정을 집단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