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본사 앞 ‘먼저 사람이 되어라’ 밀양-청도 할매 할배들의 ‘저항과 연대의 약속’③ 밀양, 청도 주민들과 함께 한 72시간의 기록을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필자 박이은희 님은 공동 저자이며 여성학을 공부하는 연구자입니다. [편집자 주] 지금이 ‘꽃 같은 시절’ 아니고 뭣이여 “디모(‘데모’의 사투리)가 다 뭣이다요?” “상전 앞에서도 헐 말을 허는 것이 디모라네.” “스무 살 때 서방 징용 갈 때 허고 서른 살 때 산사람한테 감자 줬다고 갔을 때는 찍소리도 못 허고 오는 매만 맞았는데, 아흔 살 때 디모한다고 가서는 악이라도 쓰고 왔응게 그것이 꽃 시절 아니고 뭣이여.” 2014년 12월 17일. 밀양과 청도에서 할매와 할배, 언니들이 꼬박 72시간 동안 전국 열한 곳 저항의 현장을 찾아가는..
밀양의 할매들, 나무를 껴안고 별이 되다 밀양 할매들의 구술사 프로젝트 팀 참여자들이 최종 마무리한 글들을 읽고 있었다.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공책에 꾹꾹 눌러 베껴 쓰지 않고서는 울컥 넘어오는 뜨거운 무언가를 막을 수 없게 만드는 구절들과 마주치곤 했다. 베껴 쓰고는 몇 겹으로 동그라미를 치고 그 위에 세 개 네 개 별을 그리게 만드는 구절들. “우째겠노, 또 해 봐야제. 내 가는 거 뭐 겁나노? 가면 되지.” 가령 상동면 도곡리를 지키는 88세 조계순 할매가 전하는 이 ‘목숨 내건’ 투쟁의 말은 참으로 가슴에 사무치고 참으로 고요해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다. (조계순 할머니의 구술은 유해정이 기록했다.) ▲ 밀양 할매들의 생애 구술사를 담은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 노순택 작가 제공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