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국가의 민낯을 고발하는 ‘밀양아리랑’ 가 기록한 진실 올해 1월과 2월, 송전탑 반대 싸움을 하고 있는 밀양주민들의 구술기록 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밀양에 세 차례 방문했다. 기록노동자, 작가, 인권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열다섯 명의 기록자들은 열일곱 명의 밀양주민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더듬어가며, 밀양 송전탑 반대싸움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를 희망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책이 (오월의 봄, 2014)이다. 보라, 한국전력이 무엇을 빼앗으려 하는지 ▲ (오월의 봄, 2014) 기록자들이 주목했던 것은 무엇보다 주민들의 ‘삶’이었다. 송전탑 싸움이 밀양주민들의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제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열일곱 주민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먼저, ‘땅’이 가..
한전의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그 후⑥ _ 르포작가 희정 밀양과 관련하여 가장 마음 불편했던 순간은 몸으로 치고받는 싸움의 현장에 있지 않았다. 분향소나 농성장에도 있지 않았다. 밀양 시내에서였다. 주민들이 경찰서장을 면담하길 원했다. 故 유한숙 씨 분향소 근처에 있던 경찰서장을 주민들이 본 것이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자리를 피해갈 수 없던 경찰서장은 대표 한 사람하고만 대화를 하겠다고 했다. 평밭 마을주민 한 명이 경찰버스에 올렸다. 이야기는 고조되고, 소리가 전해지지 않는 창 너머에서도 언성이 높아짐을 알 수 있었다. 이를 본 한 경찰이 중얼거렸다. “저 할머니 또 벗겠네. 벗어.” ‘내가 옷을 벗을 때는 그 마음은 어땠겠노?’ ▲ 765송전탑 반대 대책위 지난 5월, 부북면 평밭마을 송전탑 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