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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성차별조사관 해고, 여성인권 포기했나”
여성단체들, 국가인권위 강인영 조사관 해고 규탄 기자회견 
 
국가인권위원회가 근 10년간 성차별 조사 업무를 담당해온 강인영 조사관을 1월 28일 계약해지하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강 조사관의 퇴사일인 2월 23일 여성단체들이 국가인권위 앞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은 “그동안 인권위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계약직 공무원에 대해 5년의 범위에서 예외 없이 계약을 연장해왔던 점에 비추어보면 이번 계약거부 사태는 부당해고나 다름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국가인권위는 강 조사관의 해고 사유에 대해 “인사문제라서 구체적 사안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성차별 조사업무 강화되어야 할 시점에…” 참담한 여성단체들
 

▲강인영 조사관의 퇴사일인 2월 23일 여성단체들이 국가인권위 앞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규탄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일다

 
강인영 조사관은 일선 단체들로부터 10년 가까이 성실하게 여성인권 관련 업무를 해온 전문성 있는 조사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강 조사관에 대한 부당해고가 성차별 관련 업무의 공백으로 이어질 것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권미혁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성차별 관련 업무를 인권위에서 전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권위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박봉정숙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올해 1월 UN여성통합기구(UN Women)가 출범하면서 성평등에 대한 국제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의 여성지위는 여전히 낮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유엔의 여성지위위원회(CSW)에서 발표하는 여성권한척도(GEM)에서 지난해 한국은 105개국 중 61위, 성 격차지수(GGI)에서는 134개국 중 115위에 머물렀다. 또한 2009년 인권위 차별사건 접수현황을 보면, 전체 1,974건의 상담 건 수 중 성차별(성희롱 포함) 사건은 453건으로 23%에 달하며, 장애 관련 차별 사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인권위의 성차별 조사업무가 더 강화되어야 할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인권위의 시작과 함께 일해 온 전문성 있는 조사관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해고한 것은 “여성인권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여성단체들의 생각이다. 더구나 국가인권위의 성차별팀 5명 중 4명이 신규인원으로 교체된 상황에서 이와 같은 우려는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성인지적 판단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나?”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최대한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봉정숙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성인지적 판단은 하루아침에 뚝딱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잘라 말하며 강인영 조사관의 “성차별 전문조사관으로서 10년간의 활동은 결코 짧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의 지난 10년간의 활동에서 KTX 비정규직 문제나, 호주제 폐지,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등 매우 중요하고 굵직한 사안들이 다루어졌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성차별 조사관이 쌓아온 경험을 결코 쉽게 보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박봉정숙 공동대표는 강인영 조사관에 대해 “지난해 민우회가 낙태문제를 인권위에 진정했을 때, 의욕이 남달랐다”고 회고했다. “‘낙태고발정국’이 여성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인권위가 신경 써야 할 문제라고 인정하며, 올해 같이 정책적 활동을 기획해보자는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함께 했던 문경란 전 상임위원도 사퇴를 한 상황에 강 조사관마저 해고되었다.”
 
더구나 “성평등 문제의 핵심 사항이 비정규직 문제로, 커다란 사회적 해결과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권위가 정규직과 똑같은 업무를 해온 조사관을 ‘계약해지’란 이름으로 쉽게 해고하는 상황”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봉정숙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이래서야 비정규직 차별문제를 인권위에 제기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해고 이유는 노조 활동 때문?
 
▲ 여성단체들은 기자회견 후 국가인권위에 강인영 조사관의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 일다

 
여성단체들은 강인영 조사관의 해고 사태가 국가인권위 독립성 논란 등 “현병철 위원장 체제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의 명숙 활동가는 “강인영 조사관의 갑작스런 해고가 ‘노동조합 부지부장’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가인권위가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하는 해고의 진짜 이유는 “현병철 위원장에게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명숙 활동가는 “청와대가 현병철 위원장 발탁 이유로 말한 ‘탁월한 조직 관리 능력’은 결국 직원 길들이기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은 기자회견 후 국가인권위에 강인영 조사관의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또한 성차별조사업무의 공백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박희정* 일다 즐겨찾기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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