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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박은지의 ‘신체활동과 여성건강 이야기’ (8) 심혈관질환
※ 기획 연재 <박은지의 ‘신체활동과 여성건강 이야기’>는 여성들이 많이 경험하고 있는 질병 및 증상에 대한 이해와, 이를 예방하고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체활동의 효과에 대해 살펴볼 것입니다. 필자 박은지님은 체육교육과 졸업 후 퍼스널 트레이너와 운동처방사로 일을 한 후, 지금은 연세대학교 체육연구소에서 신체활동이 우리 몸에 미치는 생리학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 여성의 경우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수명은 남자보다 7세가 높은 80.4세. 하지만 건강수명은 평균수명보다 약 10년 정도 짧아 생애 중 10년 정도는 각종 질병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특히 관절염,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은 여성과 고연령층, 저소득층에서 현저히 증가하고 있고, 심혈관질환과 고혈압성 질환의 경우 남성보다 여성 사망자수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보통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남성 사망원인 1위가 암이고, 여성의 경우에는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전체 사망의 27.7%로 암을 제치고 여성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발병률에 큰 차이
심혈관질환이란 쉽게 말해서 심장과 혈관에 생기는 병을 말한다. 관상동맥질환(허혈성심질환이라고도 함.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으로 나뉜다. 원인은 대부분 동맥경화로 인한 관상동맥 협착에 의한 것이다), 고혈압성 질환, 류마티스성 심질환, 뇌혈관질환 등을 포함하는 용어로 비만, 가족력, 당뇨, 운동부족, 지방섭취 과다, 과일야채 섭취 부족, 흡연 등이 위험요인이다. 한국인에게 있어서는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이 세 가지 요인이 가장 흔한 위험요인으로 보고된다.
심혈관질환은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서도 그 발병률이 크게 차이가 난다. 연세대 보건대학원의 연구에서 대졸이상인 여성에 비해 중졸인 여성은 고혈압이 1.74배 높았고, 초졸 이하와 중졸인 여성은 대졸이상 여성에 비해 각각 4.15배, 5.70배 더 비만했다. 또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비만과 고혈압 유병률이 높았다. 이탈리아 농촌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하위직이거나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비만과 혈압증가가 많이 나타났는데 이런 현상은 남자보다 여자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 중 하나인 ‘가족력’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 우리는 주변에서 이들 질병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 주변의 가까운 사람 중에도 몇이나 된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은 바로 어머니. 2년 전인가 건강검진 결과에서 고혈압 소견이 나왔었다. 게다가 고지혈증까지!
어머니의 고혈압, 당뇨, 비만은 외가의 가족력이다. 외가 쪽 친척들은 모두 키와 몸집이 보통 이상으로 커 체질량지수(BMI)만 봐도 과체중이나 비만이 많다. 외할머니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오랫동안 매일매일 약을 복용하고 계시고, 외할아버지도 당뇨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이제 우리 엄마차례인가’라는 생각이 들자 섬뜩해졌다.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에는 가족력이 포함된다. 전 국민의 10%를 차지하는 당뇨병 환자 중 50%는 가족력으로 인해 발병하고, 진단 후 5년 이내에 환자의 50%가 사망하는 심근병증은 15%의 환자에게서 가족력이 나타난다. 얼마 전 돌아가신 친할머니의 사인(死因)도 갑작스런 심장마비. 외가에 이어 친가까지 보태면 ‘엄마 다음엔 나’라는 공식이 나와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심각하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심혈관질환의 가족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평소에 올바른 생활습관을 실천하면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족력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보다 더 조심해야하긴 해도 말이다.
혈관을 지켜주는 강력한 방패, 채식
▲약을 쓰지 않고 식이요법만으로 고혈압을 치료하는 것으로 유명한 황성수 박사의 책 <현미밥 채식: 병 안걸리는 식사법>(2009. 페가수스)
영양균형을 생각하지 않고 육식 위주의 식습관을 갖는 것은 혈관건강에 치명적이다. 육류, 생선, 계란, 어패류를 전혀 먹지 않고 철저히 채식을 하는 비구니스님들과 경남의 한 도시에 거주하는 건강한 성인여성들을 대상으로 채식이 혈관건강에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조사한 연구가 실시된 적이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채식인은 비채식인에 비해 콜레스테롤 수준과 혈압이 낮았다. 그리고 보다 좋은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고, 몸에 좋은 녹황색 야채와 콩, 견과류, 해조류, 구근류를 많이 섭취해서 불포화지방산, 섬유소, 항산화성 비타민 등의 섭취량이 많았다. 그들은 도시여성들 보다 체질량지수(BMI)는 높았지만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수준은 훨씬 낮았다. MBC 스페셜에서 방송된 <목숨걸고 편식하다>에 나온 황성수 박사도 약을 전혀 쓰지 않고 오로지 식이요법으로만 고혈압을 치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혈압과 고지혈증 소견을 받고 간이 콩알만 해진 어머니는 고기 대신 생선을 먹고, 해조류, 야채 등을 더 많이 섭취하는 식으로 식단을 변경하며 더욱 열심히 걷기 운동에 전념했다. 그 결과 작년 건강검진에서는 고지혈증도 사라지고, 혈압도 정상이라는 기쁨의 검진서를 받으실 수 있었다.
사실 가족력은 유전자에 특정 질병이 뚜렷이 새겨져 있는 경우라기 보단, 그 집안사람들의 생활습관이 비슷하기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엄마가 해준 음식에 길들여지고, 부모님의 생활패턴을 보며 본인도 그런 방식에 익숙해지면 같은 환경, 같은 생활방식 때문에 특정 질병에 노출될 위험성이 함께 커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할 수 있는 교육을 통해 좋은 것은 유지하고, 나쁜 것은 버리면 ‘집안에 흐르는 저주’를 끊을 수 있다.
심혈관질환 예방 및 개선을 위한 신체활동
▲ 대식세포의 사체들이 혈관에 찌꺼기로 남아 쌓이게 되면 혈관을 막아 동맥경화증을 유발시킨다.
혈관에 지방이 쌓이면 이것을 치우기 위해 대식세포가 활동한다. 지방을 잡아먹다가 소화시키지 못하고 죽으면 이 대식세포의 사체들이 혈관에 찌꺼기로 남아 쌓이게 되고, 찌꺼기가 두꺼워지면서 무덤을 만들어 혈관을 막게 된다. 이를 동맥경화증이라 하고, 비만,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이 이것의 원인이 된다.
비만의 경우 복부비만(내장지방형 비만)이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로 더욱 중요하다. 즉 엉덩이와 허벅지 쪽에 살이 많은 하체비만보다 배만 불룩하게 나온 상체비만이 더 위험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고혈압은 동맥벽을 점진적으로 손상시켜 동맥경화를 유발하는데 고혈압인 중·노년 남자는 관상동맥성 심장질환 발병률이 2.3배이고, 여자는 3.3배다. 또 뇌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죽상 혈전성 뇌경색의 위험비는 남자 9.5배, 여자는 13배로 매우 높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여러 연구들에 의하면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고혈압의 예방과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운동은 혈관에 생길 수 있는 여러 병들을 예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혈압 상태 그 자체를 개선시킬 수 있고, 중풍 등의 혈전증도 예방할 수 있다. 또 운동을 꾸준히 해온 사람들은 고혈압 발생비율이 낮고,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경우 운동으로 고혈압을 100% 예방할 수는 없으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생기는 혈압상승반응은 오랜 시간 운동을 하는 것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
심혈관질환자, 무리한 운동은 금물!
‘공포의 삼겹살’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던 코미디언 故김형곤씨는 2006년 휘트니스 센터에서 운동 중 심근경색으로 돌연사 했다. 120kg이었던 몸무게를 30kg 이상 감량하며 다이어트 사업에도 진출했었던 때라 사람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체중감량을 위한 고강도 운동이 그의 사망원인이라고 단정 짓긴 어려우나 누구라도 동맥경화, 당뇨, 고혈압 등의 위험인자를 가진 상태에서 무리한 운동을 하면 자칫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마라톤 시 발생하는 사고 대부분도 잠재된 질환에 대한 확인이 없이 갑자기 운동을 시작했거나 본인의 운동능력을 과대평가해서 무리하게 진행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고혈압 환자는 혈전이 발생할 위험이 큰 사우나는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숨이 많이 가쁘고, 땀이 많이 나는 고강도 운동보다 숨이 약간 가쁘나 옆 사람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인 중강도 운동을 하는 것이 더 좋다. 미국 스포츠의학회에서도 고혈압환자는 주 3회 이상, 최소 30분 이상의 저·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안전하게 운동을 즐기기 위해서는 시간이나 땀 흘림에 대한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체력과 건강수준을 전문가로부터 점검받은 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오랜 시간 운동한다고 해서, 또는 땀을 한 바가지로 흘렸다고 해서 꼭 운동을 제대로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물론 “어머, 옷이 흠뻑 젖었네! 세상에, 두 시간이나 달렸잖아?” 하면서 뿌듯한 마음이 들 수는 있겠으나 운동량은 시간과 땀에 꼭 비례하진 않는다.
심혈관질환의 그늘은 많은 사람들을 어둡게 덮고 있다. 그 그늘은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더 짙게 드리워진다. 심혈관질환은 먹는 것과 움직이는 것 등 생활방식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아직도 여성의 건강과 관련해 ‘비키니 접근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 미국 메이요 여성 심장클리닉의 샤론느 헤이즈 박사의 말처럼 여성의 유방과 생식계통에 관한 연구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성별 간 질병패턴의 차이와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른 체계적 질병관리를 위한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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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연재 <박은지의 ‘신체활동과 여성건강 이야기’>는 여성들이 많이 경험하고 있는 질병 및 증상에 대한 이해와, 이를 예방하고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체활동의 효과에 대해 살펴볼 것입니다. 필자 박은지님은 체육교육과 졸업 후 퍼스널 트레이너와 운동처방사로 일을 한 후, 지금은 연세대학교 체육연구소에서 신체활동이 우리 몸에 미치는 생리학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 여성의 경우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수명은 남자보다 7세가 높은 80.4세. 하지만 건강수명은 평균수명보다 약 10년 정도 짧아 생애 중 10년 정도는 각종 질병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특히 관절염,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은 여성과 고연령층, 저소득층에서 현저히 증가하고 있고, 심혈관질환과 고혈압성 질환의 경우 남성보다 여성 사망자수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보통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남성 사망원인 1위가 암이고, 여성의 경우에는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전체 사망의 27.7%로 암을 제치고 여성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발병률에 큰 차이
심혈관질환이란 쉽게 말해서 심장과 혈관에 생기는 병을 말한다. 관상동맥질환(허혈성심질환이라고도 함.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으로 나뉜다. 원인은 대부분 동맥경화로 인한 관상동맥 협착에 의한 것이다), 고혈압성 질환, 류마티스성 심질환, 뇌혈관질환 등을 포함하는 용어로 비만, 가족력, 당뇨, 운동부족, 지방섭취 과다, 과일야채 섭취 부족, 흡연 등이 위험요인이다. 한국인에게 있어서는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이 세 가지 요인이 가장 흔한 위험요인으로 보고된다.
심혈관질환은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서도 그 발병률이 크게 차이가 난다. 연세대 보건대학원의 연구에서 대졸이상인 여성에 비해 중졸인 여성은 고혈압이 1.74배 높았고, 초졸 이하와 중졸인 여성은 대졸이상 여성에 비해 각각 4.15배, 5.70배 더 비만했다. 또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비만과 고혈압 유병률이 높았다. 이탈리아 농촌인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하위직이거나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비만과 혈압증가가 많이 나타났는데 이런 현상은 남자보다 여자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 중 하나인 ‘가족력’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 우리는 주변에서 이들 질병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 주변의 가까운 사람 중에도 몇이나 된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은 바로 어머니. 2년 전인가 건강검진 결과에서 고혈압 소견이 나왔었다. 게다가 고지혈증까지!
어머니의 고혈압, 당뇨, 비만은 외가의 가족력이다. 외가 쪽 친척들은 모두 키와 몸집이 보통 이상으로 커 체질량지수(BMI)만 봐도 과체중이나 비만이 많다. 외할머니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오랫동안 매일매일 약을 복용하고 계시고, 외할아버지도 당뇨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이제 우리 엄마차례인가’라는 생각이 들자 섬뜩해졌다.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에는 가족력이 포함된다. 전 국민의 10%를 차지하는 당뇨병 환자 중 50%는 가족력으로 인해 발병하고, 진단 후 5년 이내에 환자의 50%가 사망하는 심근병증은 15%의 환자에게서 가족력이 나타난다. 얼마 전 돌아가신 친할머니의 사인(死因)도 갑작스런 심장마비. 외가에 이어 친가까지 보태면 ‘엄마 다음엔 나’라는 공식이 나와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심각하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심혈관질환의 가족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평소에 올바른 생활습관을 실천하면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족력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보다 더 조심해야하긴 해도 말이다.
혈관을 지켜주는 강력한 방패, 채식
▲약을 쓰지 않고 식이요법만으로 고혈압을 치료하는 것으로 유명한 황성수 박사의 책 <현미밥 채식: 병 안걸리는 식사법>(2009. 페가수스)
영양균형을 생각하지 않고 육식 위주의 식습관을 갖는 것은 혈관건강에 치명적이다. 육류, 생선, 계란, 어패류를 전혀 먹지 않고 철저히 채식을 하는 비구니스님들과 경남의 한 도시에 거주하는 건강한 성인여성들을 대상으로 채식이 혈관건강에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조사한 연구가 실시된 적이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채식인은 비채식인에 비해 콜레스테롤 수준과 혈압이 낮았다. 그리고 보다 좋은 식습관을 가지고 있었고, 몸에 좋은 녹황색 야채와 콩, 견과류, 해조류, 구근류를 많이 섭취해서 불포화지방산, 섬유소, 항산화성 비타민 등의 섭취량이 많았다. 그들은 도시여성들 보다 체질량지수(BMI)는 높았지만 심혈관질환 위험인자 수준은 훨씬 낮았다. MBC 스페셜에서 방송된 <목숨걸고 편식하다>에 나온 황성수 박사도 약을 전혀 쓰지 않고 오로지 식이요법으로만 고혈압을 치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혈압과 고지혈증 소견을 받고 간이 콩알만 해진 어머니는 고기 대신 생선을 먹고, 해조류, 야채 등을 더 많이 섭취하는 식으로 식단을 변경하며 더욱 열심히 걷기 운동에 전념했다. 그 결과 작년 건강검진에서는 고지혈증도 사라지고, 혈압도 정상이라는 기쁨의 검진서를 받으실 수 있었다.
사실 가족력은 유전자에 특정 질병이 뚜렷이 새겨져 있는 경우라기 보단, 그 집안사람들의 생활습관이 비슷하기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엄마가 해준 음식에 길들여지고, 부모님의 생활패턴을 보며 본인도 그런 방식에 익숙해지면 같은 환경, 같은 생활방식 때문에 특정 질병에 노출될 위험성이 함께 커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할 수 있는 교육을 통해 좋은 것은 유지하고, 나쁜 것은 버리면 ‘집안에 흐르는 저주’를 끊을 수 있다.
심혈관질환 예방 및 개선을 위한 신체활동
▲ 대식세포의 사체들이 혈관에 찌꺼기로 남아 쌓이게 되면 혈관을 막아 동맥경화증을 유발시킨다.
혈관에 지방이 쌓이면 이것을 치우기 위해 대식세포가 활동한다. 지방을 잡아먹다가 소화시키지 못하고 죽으면 이 대식세포의 사체들이 혈관에 찌꺼기로 남아 쌓이게 되고, 찌꺼기가 두꺼워지면서 무덤을 만들어 혈관을 막게 된다. 이를 동맥경화증이라 하고, 비만,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등이 이것의 원인이 된다.
비만의 경우 복부비만(내장지방형 비만)이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로 더욱 중요하다. 즉 엉덩이와 허벅지 쪽에 살이 많은 하체비만보다 배만 불룩하게 나온 상체비만이 더 위험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고혈압은 동맥벽을 점진적으로 손상시켜 동맥경화를 유발하는데 고혈압인 중·노년 남자는 관상동맥성 심장질환 발병률이 2.3배이고, 여자는 3.3배다. 또 뇌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죽상 혈전성 뇌경색의 위험비는 남자 9.5배, 여자는 13배로 매우 높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여러 연구들에 의하면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고혈압의 예방과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운동은 혈관에 생길 수 있는 여러 병들을 예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혈압 상태 그 자체를 개선시킬 수 있고, 중풍 등의 혈전증도 예방할 수 있다. 또 운동을 꾸준히 해온 사람들은 고혈압 발생비율이 낮고,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경우 운동으로 고혈압을 100% 예방할 수는 없으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생기는 혈압상승반응은 오랜 시간 운동을 하는 것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
심혈관질환자, 무리한 운동은 금물!
‘공포의 삼겹살’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던 코미디언 故김형곤씨는 2006년 휘트니스 센터에서 운동 중 심근경색으로 돌연사 했다. 120kg이었던 몸무게를 30kg 이상 감량하며 다이어트 사업에도 진출했었던 때라 사람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체중감량을 위한 고강도 운동이 그의 사망원인이라고 단정 짓긴 어려우나 누구라도 동맥경화, 당뇨, 고혈압 등의 위험인자를 가진 상태에서 무리한 운동을 하면 자칫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마라톤 시 발생하는 사고 대부분도 잠재된 질환에 대한 확인이 없이 갑자기 운동을 시작했거나 본인의 운동능력을 과대평가해서 무리하게 진행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고혈압 환자는 혈전이 발생할 위험이 큰 사우나는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숨이 많이 가쁘고, 땀이 많이 나는 고강도 운동보다 숨이 약간 가쁘나 옆 사람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인 중강도 운동을 하는 것이 더 좋다. 미국 스포츠의학회에서도 고혈압환자는 주 3회 이상, 최소 30분 이상의 저·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안전하게 운동을 즐기기 위해서는 시간이나 땀 흘림에 대한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체력과 건강수준을 전문가로부터 점검받은 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오랜 시간 운동한다고 해서, 또는 땀을 한 바가지로 흘렸다고 해서 꼭 운동을 제대로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물론 “어머, 옷이 흠뻑 젖었네! 세상에, 두 시간이나 달렸잖아?” 하면서 뿌듯한 마음이 들 수는 있겠으나 운동량은 시간과 땀에 꼭 비례하진 않는다.
심혈관질환의 그늘은 많은 사람들을 어둡게 덮고 있다. 그 그늘은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더 짙게 드리워진다. 심혈관질환은 먹는 것과 움직이는 것 등 생활방식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아직도 여성의 건강과 관련해 ‘비키니 접근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 미국 메이요 여성 심장클리닉의 샤론느 헤이즈 박사의 말처럼 여성의 유방과 생식계통에 관한 연구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성별 간 질병패턴의 차이와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른 체계적 질병관리를 위한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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