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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MBC “생방송오늘아침” SBS “출발모닝와이드”를 중심으로
*필자 이경은님은 의정부여성회 ‘미모사’(미디어 모니터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 http://cafe.daum.net/ujbwomen 회원입니다. -편집자 주
아침에 TV를 켜면 대부분 시사교양프로그램으로 시작한다. 이를 통해 짧은 시간이나마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방송에서 간혹 자극적이고 충격적이기까지 한 장면이 나올 때면 당혹감이 느껴진다.
아침 시사뉴스, 모자이크와 음성변조는 필수?
아침방송의 시사교양프로그램으로 MBC는 “생방송 오늘 아침”에서 ‘오늘아침 브리핑’, ‘긴급취재’, ‘기획취재’라는 제목으로 한 주 간의 시사와 뉴스를 다루는 코너를 두고 있다. SBS는 “출발 모닝와이드”에서 ‘오늘아침 눈길 가는 소식’을 다룬다.
소재와 내용이 조금씩 다르긴 하나, 이들 프로그램은 ‘시사교양’ 장르로 분류되어 있으며 생활시사와 정보, 이슈를 유익하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을 기획의도로 밝히고 있다.
5월 30일부터 6월 4일까지 한 주 간의 방송을 살펴보았다. “버스 안 여중생 성추행 아무도 몰랐다?”, “달리는 차 밖으로 떨어진 아이”(SBS 출발 모닝와이드) “신선함을 위해 손님 앞에서 犬 도살?”, “할머니만 노린다! 경기도'o'시장 금품도난 주의보!”, “아파트 계단에서 발견 된 불에 탄 남녀?!”, “노예선에 4번이나 인신매매당한 지적장애인!”(MBC 생방송 오늘 아침) 등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주로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사건, 사고를 다루고 있었다.
비단 제목에서만 그 선정성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보도 방식이나 화면 구성을 보면, 사건의 당사자나 측근, 목격자, 경찰 등의 모습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음성 변조된 인터뷰를 함께 배치한다. 또 자료 화면으로는 CCTV에 찍힌 화면, 상황 재연 등이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같은 사건 보도도 아침엔 HOT하게?
6월 2일 MBC “생방송 오늘 아침” ‘긴급취재’ 코너에서 다룬 “대학교수 부인 살인사건 현장검증”은 피의자가 현장 검증하는 모습으로 시작됐다. 이어 사건에 관련된 ‘내연녀’와 피의자를 전화 혹은 직접 인터뷰한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음성을 변조해 보여주었다. 그 다음엔 피해자 유가족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가족사진을 보여주며, 피해자 어머니의 손이 떨리는 장면으로 끝을 맺었다. 이 장면들 역시 모자이크와 음성 변조로 처리했다. 방송에선 또, 각자의 주장에 따른 상황을 재연한 화면까지 별도 구성해 보여주었다.
반면, 같은 사건을 저녁 시간대 프로그램인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어떻게 다루었는지 비교해보았다. 5월 24일 “아내살해자백”이라는 제목으로 날짜와 시각, 범행 위치와 상황을 그림으로 구성해 보여주고, 수사담당 경찰의 공식 발표, 범행 장소에 찾아가 설명하는 기자, 그리고 피의자가 구속되는 장면과 수사 장면을 보여주었다. 피의자를 인터뷰를 하는 장면에서는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즉, 저녁뉴스에서는 사건의 사실 전달을 위해 경찰발표에 기초한 범행 장면을 구성하고, 피의자의 구속 상황에서 범행동기 등을 물으며 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처리를 해 보여주었다. 아침방송에서 ‘내연녀’와 유가족을 등장시켜, 범죄자도 아닌 사람들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음성변조를 해 보여준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언론에서는 프라이버시나 초상권, 명예훼손 등 개인의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해 당사자의 동의 하에 모자이크나 음성변조, 익명처리나 상황 재연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언론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그만한 공익적 필요가 있지 않다면 되도록 다루지 않는 화면처리이다. 그럼에도 아침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서는 모자이크와 음성변조가 난무하고 있다. 다루지 않아도 될 내용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일부러 자극적으로 넣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보도의 결론은 대부분 “충격적인 사건이다”, “추측이 난무한다”. “결과를 지켜봐야겠다”, “정확한 정황파악이 어렵다”는 식으로 불성실하게 마무리하고 있다.
제목은 ‘HOT’(자극적)하게, 내용과 구성은 ‘미스터리’하게 만들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과연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서 어울리는 조합인지 의구심이 든다.
부산저축은행 사건 다루다 뜬금없는 보석이야기
아침방송에서는 심지어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시사 문제까지도 엉뚱한 분야로 관심을 돌려버린다.
6월 2일 MBC “생방송 오늘 아침”의 ‘오늘아침브리핑’에서는 “부산저축은행, 은진수 게이트로 번지나”라는 제목으로 부산저축은행 로비 사건을 다루는 듯 보였다. 그런데 방송은 갑자기 여러 보석매장들을 찾아가더니 ‘물방울 다이아’를 직접 보여주며 집중적으로 소개를 했다. ‘물방울 다이아’는 흔하지 않은 고가의 보석이어서 부유층의 로비에 자주 사용된다는 것이다.
아침방송의 기획 의도가 시사 정보를 유익하고 “재미있게” 다룬다고는 하나,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민감한 시사 문제를 다룰 때조차 ‘물방울 다이아’와 같은 소비적이고 잡기적인 소재로 화제를 돌려버리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좋은 것일까?
물론, 아침방송에서도 차별성 있는 보도로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특히 6월 3일 MBC “생방송 오늘 아침”의 ‘기획취재’에서 다룬 “악, 소리나는 등록금, 나는 무능력한 부모입니다”는 신선하게 느껴졌다.
‘반값 등록금’ 집회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한 아버지를 거리에서 인터뷰한 내용인데, 등록금에 대해 학생이나 전문가 의견을 주로 들었던 여타의 보도와 달리, 당사자인 부모의 입장에서 또 다른 목소리를 듣게 한 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시청자들은 미디어에서 재미뿐 아니라 유익함을 기대한다. 그것은 미디어가 ‘공익성’을 가질 때 가능하다.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시청률에 연연하여 가십거리나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청자를 TV앞에 앉게 하기보다는, 기존의 틀을 깨고 시사교양방송으로서 애초에 가졌던 기획의도에 맞는가를 생각해보며 출발점에 서보기를 당부한다. (이경은 / 의정부여성회 '미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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