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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성미산에 둥지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12월 개관목표 기금마련 중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진실과 평화의 메시지를 후세에게 알려나갈「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끝자락에 둥지를 틀게 된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는 7월 12일 새로 선정된 박물관 부지를 공개하고, 올해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기념일’에 맞춰 개관하는 것을 목표로 구체적인 건립일정에 대해 밝혔다.
박물관 건립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성미산 끝자락에 위치한 이 건물은 리모델링하여 12월 10일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으로 탈바꿈될 예정 ©일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당초 2006년 서울시로부터 부지사용을 허락받아 서대문독립공원 내에 건립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순국선열에 대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광복회와 순국선열유족회 등이 강력히 반대해 착공식까지 거치고도 표류해 왔다.
서울시에서 ‘민원이 해결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입장만 되풀이하는 사이, 2003년 주춧돌 기금을 내며 박물관 건립에 뜻을 함께 해 준 할머니들 중 열한분이 운명하셨다. 정대협은 “할머니들의 마음을 헤아려 단 한분의 할머니라도 더 살아 계실 때에 박물관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에 박물관 부지 이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본군‘위안부’ 범죄의 진실과 역사의 교훈을 담아내야 할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 미뤄서도 안 될 과제”라고 본 것이다.
새로운 부지를 찾아 나선 건립위원회는 지난 5월 14일,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자락에 위치한 주택을 박물관 부지로 확정했다. 일반 주택이지만, 나무가 우거진 정원과 함께 성미산이 가까워 편안한 마음을 갖게 만드는 곳이다. 이러한 건물의 장점은 살리면서 리모델링을 통해 평화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탄생시킬 계획이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이 곳이 할머니들에게도 치유의 공간이 되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새 박물관 부지는 전철 2호선 홍대입구역과 인천공항까지 연결되는 공항철도역이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좋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와 두레생협, 성미산마을공동체, 소극장, 시민단체들이 인접해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정대협 측은 서대문 독립공원 부지에 대해 일단 ‘보류’상태로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이 일본정부에게 문제해결을 위해 수십 년 동안 기다려왔듯이 서대문독립공원 부지 역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이 올바르게 세워 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기로” 했다는 것이 정대협의 설명이다.
이러한 판단의 배경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바로 건립비용 문제다. 서대문 독립공원에 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해서는 건축비만 최소한 35억 원이 소요되는데, 정대협의 모금액은 17억 여 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몇 년째 모금액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정대협은 이런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실현가능한 방안을 세워야 했다”고 판단했다.
정부도, 기업도 기금 마련 외면해
▲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는 김복동 할머니 © 일다
정대협이「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건립을 추진하면서 건축비 모금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재원으로 고려했던 것은 정부지원이었다. 이를 위해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법에 근거해 정부에 예산지원을 요청했으나 거부되었다. 민간이 하는 사업에 정부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후에도 복권기금, 민간기금, 국회를 통한 예산확보 등 다방면으로 요청했으나 번번이 거절되었다.
기업지원도 쉽지 않았다. 포스코, 현대, 삼성 등 주요기업들에 손을 내밀었지만 “기업의 이미지와 ‘위안부’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결국 정대협은 철저히 민간모금에 의존해 박물관 건립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 당사자들과 일반 시민들 그리고 일본, 미국 등 해외 동포와 각국 시민들의 기부를 통해 "어렵게 희망의 벽돌을 쌓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모금된 17억 원은 ‘기적’과 같았다.
그러나 17억 원 중 1억 원은 사업비 및 홍보비로, 16억 원은 박물관 건물 매입비용으로 사용되었다. 앞으로 리모델링 및 전시설계를 위해 약 5억 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전시회 기획 등 박물관 개관초기 1년간 소요될 운영비는 제외한 금액이다. 정대협은 건립기금 모금에 기업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으나,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희망의 문을 열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가 반세기의 침묵을 깨고 공개 증언을 한 지 20년이 되는 8월 14일, 박물관 개관을 위한 ‘희망의 문 열기’ 행사를 열 계획이다. 이와 함께 8월 12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제10차 일본군‘위안부’문제 아시아연대회의>를 거쳐 12월 4일 1000차 수요시위까지,「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개관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포부를 다지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과거의 피맺힌 역사의 집을 만든다는데 대통령이 모른 척 하시겠습니까?”라며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김 할머니는 정부와 시민들에게 “우리는 힘없는 나라의 백성으로 태어나 당했지만 후손들은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후손들의 공부방이 될 박물관 건립에 힘을 써주시면 고맙겠다”고 당부했다.
정대협은 박물관 개관을 향한 험난한 여정에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호소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기업과 정부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도 오직 시민들의 힘뿐이기 때문이다. 정대협은 현재 1만인이 10만원을 후원하면 10억이 모인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1만인 건립위원’ 운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금 마련을 진행 중이다. 기금 모금은 정대협 홈페이지(www.womenandwar.net)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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