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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그룹홈 종사자들 “호봉제라도 적용해달라” 요청
최근 사회복지사의 업무 환경과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법정 근무시간 이상의 과중한 업무스트레스와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형태 등으로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들이 놓인 어려운 환경 중에서도 그 처우가 가장 열악한 곳을 꼽는다면 아동그룹홈(공동생활가정, 이하 ‘그룹홈’)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의 현실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평균 15시간 근무 급여 130만원, 호봉도 제외돼
한국의 아동복지시설은 고아원과 같은 대형시설이 아니라 그룹홈처럼 작은 규모의, 보다 전문화된 시설 쪽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UN아동권리위원회가 권고한 바 있다. 아이들이 대형시설에서 생활하는 것보다는 사회복지사가 상주하는 ‘가정 형태’의 그룹홈에서 보호를 받으며 성장하는 것이 좋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아이들한테는 좋은데, 종사자들에게는 안 좋다는 얘기들을 하죠.”
배영미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사무국장이 웃으며 말했다. 말이야 웃으며 하지만, 그룹홈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의 고통을 호소하는 이야기다.
▲ 아이들에게는 그룹홈은 고아원과 같은 시설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공동체이다. 그러나 종사자들의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 © 일다
그룹홈에서 시설장으로 4년 간 일한 김미경(가명)씨의 말을 들어봤다.
“제가 일하는 사회복지법인에는 아동양육시설도 있고, 그룹홈도 있어요. 그룹홈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기본급도 다르고, 시간외 수당도 다르죠. 게다가 4년을 일했는데, 그룹홈 종사자는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아서 새로 들어온 신입하고 월급이 똑같아요.”
아동그룹홈 종사자의 경우에 시설장은 사회복지사 2급 이상, 보육사는 3급 이상으로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만 운영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홈 종사자들이 다른 아동복지시설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처우를 받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보건복지부의 그룹홈 종사자 인건비에 대한 권고 기준 때문이다. 지자체마다 조금씩 상황은 다르지만,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사업 안내에 따라 그룹홈 종사자는 기능직 1호봉 수준의 급여에, 근무 연수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연간 1천900만원여의 인건비를 받는다. 이 액수에는 사회보험료와 퇴직적립금이 포함되어 있어서, 월 실수령액이 1백30만원 정도이다.
“아동그룹홈은 일곱 명의 아동을 두 명의 종사자가 돌보는 구조로 이루어진 소규모 생활시설인데요. 두 명의 사회복지사가 교대로 아동의 보호, 양육, 교육, 자립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행정에 가사노동, 노무까지 업무 영역이 방대해요. 그래서 그룹홈 종사자들은 정신적, 육체적 노동과 더불어 위기아동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상담도 하고 지도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겸비해야 하죠.”
김명희 대안가정운동본부 사무국장은 “현재로선 그룹홈 종사자들의 노동환경은 사명감이 투철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2008년 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가 실시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그룹홈에서 시설장과 보육사 한 명이 주 평균 6일, 일일 평균 15시간이상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업무의 영역은 양육, 교육, 행정, 회계, 상담, 숙식, 제 보수 등을 모두 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사자들의 잦은 이직, 아이들에게 상처
“그룹홈은 큰 시설에 비해 아이들 입장에서 장점이 정말 많아요. 가정에서 부모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은 우리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죠. 그만큼 검증된 사람이 그룹홈에서 일해야 하고요.”
올해로 사회복지사 10년, 그룹홈 경력 7년차인 박민정(가명)씨는 “너무 열악한 업무 환경 때문에 종사자들이 자주 바뀔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아이들 돌보면서 행정 일까지 해야 하는데, 처우가 너무 열악하다 보니 입사한 지 얼마 안된 사람이 짐을 싸고 나가버리는 일도 생겨요. 정말 안타까운 건, 그룹홈은 전문적인 사람이 필요한데 처우가 이렇다 보니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거죠. 그 피해는 아이들이 고스란히 받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부모가 일 년에 한 번씩 바뀌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아이들을 위해서도 그룹홈이 안정되어야 합니다.”
민정씨는 열악한 처우 때문에 그룹홈 종사자들이 다른 사회복지시설로 이직하는 현상이 유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곧 아동의 보호와 양육에 큰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에게는 그룹홈은 (고아원과 같은) 시설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공동체에요. 그러나 종사자가 자주 바뀌는 식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된다면, 장점이 발휘되기보다는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사회복지사들은 ‘급여 조건’ 때문에 그룹홈에서 섣불리 일하지 못하고 있어요.”
현재 아동그룹홈 종사자들은 정부에 일반 사회복지사들과 같이 “호봉제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전문적인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정해체 위기에서 아이를 양육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부모들도 요즘은 고아원과 같은 시설에 아이를 맡기기보다는 그룹홈 입소나 가정위탁을 선호하고 있는 경향이다. 가정 형태의 그룹홈이 아이가 성장하는데 훨씬 더 좋은 환경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정부의 아동복지 정책 또한 이러한 변화를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폭풍같은 시간을 견디며 쌓은 아이들과의 신뢰
그룹홈에는 가정해체, 방임, 학대, 빈곤, 유기 등의 경험을 안고 있는 아이들이 입소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양육하는 과정에서, 일반인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낮은 처우에도 그룹홈을 떠나지 못하는 사회복지사들은 ‘내가 아니면 이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라는 사명감, 그리고 아이들과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며 쌓은 신뢰감과 유대감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미경 씨는 예전에는 다른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하다가 그룹홈에서 일하게 된 경우이다. 그때 상황과 비교해보자면, 지금 월 1백 만원 정도 더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는 셈이다.
그 또한 4년 전 처음 그룹홈 교사로 일하게 됐을 때, 아이들과 별의별 씨름의 과정을 거쳤다.
“아이들이 했던 말 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말이 있어요. ‘이모는 곧 나갈 거잖아요. 그러니까 나한테 사랑주지 마세요’ 라는. ‘이모는 언제 나갈 거에요?’ 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너희들 다 (고등학교) 졸업시키고 나갈 거다. 너희가 안 믿어도 돼. 그러나 난 그 전에는 안 나가’ 라고 말해요.”
아이들 때문에 경찰서에 수시로 드나들고, 또 가끔 가출하는 아이를 온 동네를 뒤져 찾아내고, 학교에서 부르면 달려가서 문제를 해결하고…. 폭풍 같은 3년을 지난 지금에야 아이들은 “이모”라며 미경씨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한번은 아이가 경찰서에 붙들려 가려고 할 때, 경찰에게 나도 (아이와 같이) 넣어달라고 했죠. 아이들은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 사람은 우리를 안 떠날 것이다’ 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아동그룹홈 종사자 김미경 씨의 하루
24시간 교대 근무하는 김미경 씨에게 하루 업무를 물어봤다.
5시에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6시에 고등학생을 깨우고, 차례대로 아이들을 깨워 8시까지 여섯 명을 다 학교에 보낸다. 그 후 설거지, 빨래, 집안 청소를 한다. 그리고 이제 21개월 된 아기를 씻기고 먹이는데, 아기는 6개월 되던 때 김미경 씨 품에 왔다. 지난 1년간은 아기 때문에 밤에 잠을 거의 못 잤다. 낮에는 은행 업무며, 학교 총회 등 볼일을 보고 집에 돌아와 있으면, 오후 5시 정도에 아이들이 모두 귀가한다.
저녁 7시까지 영어, 수학 등 학습 지도를 한다. 밥을 먹이고, 아이들 중 몇 명은 태권도 학원에 다니는데 9시면 돌아온다. 샤워하고 잠자리 준비 등을 시키면, 밤 10시에 아이들이 잠이 든다. 그때부터 그는 하루 밀린 회계며 행정 업무를 시작한다. 밤 12시에도 일이 끝나지 않을 때가 많다. 다음날 비번이라도 하더라도, 학교 교사 면담, 행정 등의 일 때문에 온전히 쉬기가 어렵다.
헤어지기 전, 미경씨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했다. 어쩌면 이제 “21개월 된 아기 때문에, 그 아기가 커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못 떠날 수도 있다”고. (윤정은 기자) [원문] http://ildaro.com/sub_read.html?uid=6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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