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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
기획] 성매매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 대담③ 고립 
 
성매매특별법이 위헌 심판을 받게 된 가운데 ‘성매매 현장에선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성 산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다양한 개인들의 역학 구도는 무엇인지, 그 중에서도 약자의 위치에 놓인 여성들의 경험은 어떠한지’ 보다 가깝게 들어볼 수 있는 대담이 열렸다. 성매매 여성들의 비범죄화를 요구하는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에서 기고한 내용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프롤로그 – 당사자의 이름으로 말하고 싶다
자발, 비자발 따위는 없다
성매매 현장, 상상도 하지마!

③ 피해와 처벌, ‘창녀’라는 낙인 (1. 고립)
ⓞ 에필로그
 
업주에게 고소를 당하는 여성들
 
수많은 이름들로 살게 된다. 집결지와 3종 술집(속칭 방석집)과 룸살롱에서 각각 불리는 이름이 다르다. ‘춘자’였다가 ‘딸기’가 되었다가 ‘지수’가 된다. 업소의 특징에 따라 만든 예명이다. 내가 아닌, 성매매를 하는 ‘누구’로 존재하다 다시 ‘내’가 되었을 때 나는 내가 낯설다. 나를 부른 그 많은 이름들 속에 정작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회가 부여한 ‘성매매를 하는’, 혹은 ‘성매매를 했던’ 여성이라는 낙인에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다시 나를 안전하게 담아줄 이름 속에서 나는 경험 속 이름들을 발설한다.

마루: “업소에 있으면서 사회적인 낙인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어요?”
 
지음: “낙인 같은 걸 생각할 여유가 어딨어요. 그런 생각하면 ‘네가 살만하구나, 죽을 만큼 힘들면 우울증도 안 걸린다’ 이랬을걸요. ‘낙인’이라는 느낌이 들 때는 성매매가 힘들어서 도망갔을 때 업주가 가족한테 알릴까 봐 무서워하는 그런 거죠.”
 
바다: “맞아요. 도망가면 업주가 당장 ‘내 가족에게 알리겠구나’ 그래서 도망 못 가는 거잖아요. ‘당신 딸이 성매매했다’고 이야기하는 거. 죽을 때까지 내 가족에게 일어나지 않길 바라니까요.”
 
지음: “사실 성매매 때문이 아니라 사기라든지 다른 걸로 업주한테 고소를 당하는 경우가 더 많죠. 절도, 횡령, 기물파손 별게 다 있잖아요. 그런데 다른 것보다 ‘성매매’가 더 무서운 거예요. 어떤 사건이든 잡혀서 조사받으면 진술할 때, 이 업주가 나한테 성매매를 시켰다고 이야기해야 하는 거. 공금횡령이 됐든 절도가 됐든 우린 또다시 성매매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거죠.”
 
바다: “막 옮겨간 업소가 너무 힘든 거예요. 개진상 만나서 아침부터 술 먹이고 그러면 정말, 그래서 하루 이틀 안 나가면 겁이 나죠. 며칠 지나면 업주가 찾아 다니면서 ‘이년아, 너 고소 때린다’로 시작해요. 그럼 그 업소의 선불금을 갚아주려고 다른 업소를 찾아요. 업주나 소개쟁이들이 다 알아서 해준다 하고는 중간에서 장난을 치는 거에요. 나는 다 갚아 준 줄 알고 있는데, 그 사람들이 돈을 가로채 버리는 거죠. 그러면 나도 모르는 새에 ‘사기꾼’이 되어있어요.
 
업소에서 일하면 사기로 많이 걸리죠. 일할 때 입는 옷이나, 화장품, 액세서리 파는 이모들 있잖아요. 다른 데로 옮기면 그게 다 외상으로 남죠. 그 외상값도 사기로 고소하면 나는 사기 전과가 생기고, 돈은 돈대로 다 갚아줘야 하고, 그런걸 업주들이 알아서 했죠. 업주가 일 잘한다고 같이 일하던 여성한테 보석을 사줬어요. 그 친구는 빚이 없었기 때문에 말도 안하고 그만뒀거든요. 그랬더니 자기 폐물 훔쳐갔다고 업주가 절도로 고소하더라고요.”
 
지음: “룸살롱에서 업주 차로 아가씨들 태워주라고 해서, 일 끝나고 숙소로 이동시켜주다가 사고가 났던 언니가 있어요. 차가 완전히 엉망이 되고 운전해준 언니는 간까지 다쳤어요. 치료 때문에 일 못한다고 집에 돌아갔는데, 그 언니를 차량절도로 고소하기도 했어요. 한번은 업주가 자기 가방에 현금이 없어졌다고 절도로 고소했는데, 의도는 ‘돈’이 아니라 도망간 친구를 잡겠다는 게 목적이었던 거죠.”
 
심통: “사기죄로 고소하면, 검문 걸리면 바로 구속되고 대부분 제대로 진술도 못하고 경찰은 도주한 범죄자 취급을 하니까, 꼭 경찰이 업주편이라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십대 때 다방에서 일하다 도망가서, 업주한테 받은 50만원 때문에 사기 전과가 생기고 나면 얼마나 사회가 가혹한지 바로 알게 되죠. 범죄자로 낙인 찍히고 나면 업주들이 더 두려워질 수밖에 없어요.
 
업주는 ‘법’을 아가씨를 잡기 위한 용도로 썼던 거죠. 사기로 고소하면 무조건 잡히니까, 그 때 고소 취하하면 되고, 정말 ‘아니면 말고’라니까요. 어떤 언니는 교통사고가 나서 벌금을 대신 내줬는데 그거 안 갚는다고 고소하고, 또 한 언니는 기물을 파손했다고 고소했어요. 다 그 언니들을 잡아오려고 고소한 거죠.”
 
지음: “나도 그랬어요. 업주가 원래 옷값 줘야 하잖아요. 근데 결제해야 할 옷값이랑 화장품이랑 이런 거 다 모아서 가게 이름으로 고소를 하는 거예요. 그럼 액수는 조금씩이라도, 몇 군데 가게에서 가져간 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나는 이렇게 많이 해먹은, 마치 전문적으로 사기친 범죄자가 되는 거죠.”
 
바다: “야식 집에서까지 고소를 하더라고요. 달로 뭘 시켜먹었다고.”
 
심통: “업소여성들 대상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은 다 업주들처럼 생각하죠. 진짜 내용이든 아니든 일단 고소하면 경찰에 잡히게 되어있으니까. 그렇게 잡히면 경찰들은 이미 ‘그런 일하는 여성’이라는 낙인이 있고, 업주들은 (경찰이 대신 잡아주니) 아주 편리한 거죠.”
 
바다: “집결지는 세탁소에 이불가게도 있어요.”
 
심통: “그럼요. 이불세탁비가 한 달에 삼십만 원, 사십만 원이에요.”
 
지음: “달로 돈을 주는 소품가게, 우유나 요구르트 아줌마도 업소를 나가려고 하면 업주 대신 돈 받아야 된다고 난리 치잖아요. 그런 돈을 모으는 거죠. 옷값이 얼마 남았는지, 세탁비가 얼마 남았는지 언니들이 어떻게 알겠어요.”
 
바다: “오십만 원 미수가 있으면 오십만 원을 백만 원, 이백만 원으로 불려서 고소장을 쓰는 거죠. 그걸 누가 아느냐고요.”
 
지음: “증거가 없잖아요. 나오면 부르는 게 값이죠.”
 
바다: “장부는 전부 업주들이 가지고 있고, 우린 거기 써 있는 것 말고는 아무런 증거가 없으니까 인정할 수 밖에 없었어요. 나는 그렇게 인정하고 살았어요.”
 
심통: “그것 때문에 잡힌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지음: “나는 옮겨서 일하고 있는데, 속옷이모한테 잡혀서 70만원을 선불금 받아서 갚아줘야 했어요.”
 
(모두: 업소를 옮길 때마다 돈을 줘야 했던 억울한 이야기들을 폭포수처럼 나눔.)
 
‘너희 기록 다 나온다’라는 협박
 
심통: “업주들이 정말 머리가 비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누가 ‘사기’로 고소해서 경찰을 이용해서 아가씨를 잡을 거라는 생각을 하겠어요.”
 
지음: “나는 업주가 보험을 들게 했어요. 18살쯤에 종신보험 20만원 넘는걸 들었는데, 그 보험 들면서 내 신상이 다 털린 거죠. 생년월일이랑 싹 다 적잖아요. 업주가 들어준다니까 고마워서 들었는데, 알고 보니 그런 거였죠. 조금 지나 해약하고, 보험해주는 사람도 업주랑 친구였고.”
 
바다: “처음 가는 순간에 내 신상이 다 털리는 거죠. 그래야 돈을 주니까요. 소개쟁이들은 기본적으로 주민등록증을 50개~100개는 가지고 있어요. 무슨 카드처럼 사용하는데 일을 하기 위해 보건증을 만들거나 할 때 아니면 주민등록증을 주지 않았어요.”
 
심통: “미성년자로 일할 때 주민증을 위조해서 주는데, 나는 아직도 그때 썼던 위조 주민등록증 번호가 기억나요.”
 
바다: “단속에 걸렸을 때가 있는데, 구매자랑 언니가 싸우면서 나까지 잡혀간 거에요. 그날따라 업주가 ‘부처님 오신 날’이라 절에 갔단 말이에요. 공덕을 쌓겠다고(웃음). 같이 잡힌 언니, 구매자랑 유치장에서 밤을 샜어요. 업주가 아침에 오더니 욕하고 난리 났죠. 나는 벌금 70만원, 업주는 300만원, 손님이랑 싸워서 머리가 깨진 언니는 150만원이 나온 거에요. 업주가 자기 벌금 300을 언니랑 나한테 반반씩 갚으라는 거에요. 내 손님도 아니었는데 억울해서 막 뭐라 했더니 업주가 ‘그럼 넌 100만원하고, 너(언니)는 니가 니 머리 깼으니까 200 물어’ 이렇게 됐죠.”
 
심통: “싸움이 나면 아가씨들은 자해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야 처벌을 좀 덜 받을 수 있거든요.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많이 다쳐야 그나마 안됐다고 해주니까.”
 
바다: “맞아요. 대상이 구매자였을 경우엔 내가 이 사람보다 더 뭔가 눈에 보이는 피해가 있어야 해요. 그래야 동정이라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심통: “그래서 언니들 계단에서 구르고 그랬어요.”
 
지음: “안에 있으면 경찰과 업주랑 잘 아니까, 업주들이 우리 가게 아가씨가 기소가 걸렸는지 아닌지 알잖아요. 그러니까 불안할 수밖에 없죠. 내가 어딜 가든 업주들은 다 조회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고, 또 내가 알게 되는 사람들 중에도 나에 대해 다 조회해볼 수 있을 거라는 두려움이 클 수 밖에 없었죠.”
 
바다: “나는 전과가 있으면 등본 떼면 다 나오는 줄 알았어요. 그게 빨간 줄이라고 생각했죠.”
 
심통: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잖아요, 업주가. ‘너희 기록 다 나온다’고. 그래서 두려움이 더 컸는지 몰라요. 법에는 무지하고 아무것도 모르니까, 걸리면 다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다 알 수 있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른 채, 막연하게 다 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상처받는 자존심, 허세부리기
 
바다: “나는 그 안에서 평생 못나올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 안에 있을 때는 사람들이 얘기하는 ‘성매매 여성’이라는 낙인은 의식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심통: “나하고 상관이 없는 얘기인 거죠. 모두 나와 같은 사람들만 있는 곳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바다: “그 동네에선 아침 10시에 잠옷을 입고 다녀도 아무렇지도 않죠.”
 
마루: “성매매가 삶이었으니까, 거기서는. 우리만 몰랐어. 다른 곳에서는 이미 그 공간에 대한 낙인이 있었던 건데, 우리들은 몰랐던 거지.”
 
심통: “집결지가 백화점주차장 골목으로 나와야 되는 곳에 있어요. 일방통행이라 백화점에서 주차를 빼서 나오면 무조건 그 앞 골목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말이 많았어요. 낮 장사를 하는 아가씨들이 나와있으니까요. 그때 나는 ‘일반여자’들에게 욕을 뭣같이 하고, 집결지에 여자가 차 타고 들어오면 난리가 나는 거죠.”
 
지음: “우리랑 다른 여자들이니까.”
 
마루: “우리를 희롱하는 느낌.”
 
심통: “아니 네가 감히 여길 들어와?”
 
지음: “그 사람들은 구경하러 들어오는 거잖아요.”
 
심통: “그 기분이 싫은 거에요.”
 
바다: “네가 날 살 것도 아니면서, 이런 식의.”
 
지음: “네가 돈을 줘도 너는 안 팔린다, 라는 마음이 있지.”
 
심통: “남자는 어차피 오면 구매자고, 낮에 차 타고 지나가는 그 여성들은 사지도 못하는 것들인데 오니까 짜증나는 거죠. 그리고 그 여성들은 무슨 금테 두른 것도 아니고, 우리랑 똑같은 몸을 가진 애들인데 우리를 구경하고 있으니까요.”
 
바다: “나는 미성년자일 때 다방에 있을 때 다른 어른들, 아줌마들은 신경이 안 쓰이는데 학생들 앞에서는 너무 창피했어요. ‘나도 그런 일만 없었으며 쟤들처럼 학교 다닐 텐데. 쟤네 손엔 책가방이 들려 있고, 내 손엔 오봉(커피 배달할 때 들고 다니는 쟁반. 여성은 ‘오봉순이’라 폄하해 부름)이 들려있네.’ 그 아이들이랑 나랑 비교되는 느낌이 너무 싫은 거에요. ‘너희는 부모 잘 만나서 학교 다니는 줄 알아’ 라고 위안하기도 했죠.”
 
심통: “다른 위안으로 ‘너희는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나는 돈을 많이 벌어서 너희보다 나중에 잘 살 거야’ 라는 뭐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바다: “그렇지만 죽을 때까지 나오지는 못해.”
 
심통: “그렇지. 그걸 알면서도 나를 위로하기 위해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바다: “그게 구매자한테 부리는 허세잖아요. 정말 별거 아닌 인간이 와서 별 짓 다하면 ‘아 진짜 개x도 아닌 놈이 와서 내가 얼마나 버는 여잔데 어디 와서 꼴갑이냐' 하고 속으로.”
 
심통: “근데 정작 아무것도 없잖아요. 계산 보면 마이너스 안치면 다행이죠.”
 
바다: “매번 ‘20만원만 주세요’하고 업주가 ‘왜?’하면 ‘집에다 보내게요’ 하고.”
 
마루: “구매자들은 빚 있냐고 왜 그렇게 많이 물어보는지. 나는 빚 있다고 한번도 말하지 않았어요.”
 
바다: “오빠, 내가 무슨 빚이 있어? 그랬죠. 하지만 어쩌다 약간 이야기할만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한테만 얘기했죠. ‘왜? 빚 있으면 네가 갚아 줄려고? 씨아리도 안 먹히는 소리 하지도 마라’ 이러면서 빚도 크게 늘려서 이야기하고 그러잖아요. ‘내가 한 달에 쓰는 돈이 얼만데, 500이야. 한달 생활비 500씩 줄 수 있어?’ 이러는데 사실 500은 무슨, 500을 쓰냐구요. 계산 볼 때마다 업주한테 ‘엄마, 나 10만원만 주면 안 되요?’ 이렇게 사정하고 살았는데.”
 
마루: “나도 업주한테 ‘엄마, 만원만 줘요, 저기 잡채 좀 사먹게’ 그랬어, 초라하게. 돈은 한 달에 1200씩 벌었는데….”
 
지음: “나는 구매자들한테 빚이 있다고 말했거든요. 물론 영 아닌 사람들한테는 그런 말 안 하지만, 불쌍하게 보는 사람들 있으면 2천만원, 3천만원 빚 있다고 그랬죠. 불쌍한 척을 했던 것 같아요. 혹시 갚아줄까 봐서.”
 
심통: “내가 있던 곳은 새로운 아가씨들 오면 ‘간’을 보느라고 삼촌(업주들이 업소와 여성들을 관리하기 위해 고용하는 일종의 깡패)을 투입시켰어요. 몇 일 와서 힘들게도 안하고 마음을 써주는 척하는 거죠. 그리고 빚 있냐고 물어봐요. 낚시질하는 거죠. 나도 힘드니까 혹시나 도와주지 않을까 기대감이 생기고요. 그래서 빚이 있다고 하니까 손님이 나가는 거예요. 그러더니 삼촌들이 때리는 거죠. 빚 있다고 하면 손님이 ‘감금’되어 있다고 신고라도 할까 봐 아가씨들 감시 차원에서 그런 거였어요. 그런걸 당하고 나면 두 번 다시 빚 있다고 말을 못하는 거죠.”
 
마루: “나는 빚 있다고 말하는 게 너무 자존심이 상했어요. 그 공간에 빚 때문에 앉아 있다고 하는 것 자체가 초라했거든요. 구매자들한테는 ‘좋아서 하는 거라고’ 그랬죠.”
 
심통: “X진상을 만난 적이 있어요. 단골이었는데 무척 착하게 대해줬거든요. 함부로 하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너는 여기 왜 있어?’ 그래서 내가 빚이 있어서 이 일을 해야 한다고 했더니 그때부터 확 바뀌는 거에요. 그 사람은 내가 빚이 있다니까 오히려 ‘함부로 해도 너는 어떻게 할 수 없어’ 그랬던 거죠.”
 
‘창녀’와 성매매 ‘피해여성’ 사이
 
바다: “업소를 나왔을 때 나는 업주한테 선불금은 남아있지 않았어요. 나오고 나니까 정말 많이 당하고 있었구나 알겠더라구요. 알리고 싶었죠. 그런데 경찰은 ‘그래서 뭐 다 지나간 얘기잖아’, ‘그렇게 밝혀서 너한테 좋을 게 뭐가 있어’ 라고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아휴, 내가 또 헛지랄하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업주한테 손해배상 청구하려고 해도 법원은 ‘피해를 더, 더, 더 이야기해봐, 더 없어?”라고 요구하는 것 같아요. 어마어마한 착취였는데, 얼마나 더 피해를 나 스스로 입증해야 되는 거지 싶고, 참 구차하더라고요. 업소에 있을 땐 안 듣고 안보면 그만이었는데, 세상에 ‘내가 성매매 피해여성이예요’ 라고 이야기하는데 사람들은 ‘증거 있어?’ 하는 거죠. 누가 대신 진술해줄 수도 없고, ‘차라리 입다물고 살걸, 말하지 말걸’ 그랬어요.”
 
지음: “내가 ‘성매매로 이런 피해를 당했어요’ 라고 말하는 건 당연해야 하는데, 이런 걸 이야기하는 게 마치 우리가 스스로 ‘낙인’을 찍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경찰이, 세상이 주는 거에요. 경찰에 가면 이미 ‘성매매를 한 여성’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어요. 피해가 ‘피해’가 아닌 것처럼 되요. ‘너는 성매매 여성이니까 그런 일 겪는 건 너무 당연해, 피해라고 말할 자격 없어’ 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내게 ‘낙인’이 되는 거죠. 내가 어떤 피해를 입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한 건데, 그 말을 하는 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그런 말을 어떻게 하냐고 하는 거죠.”
 
심통: “성매매가 법으로 금지된 게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지음: “법까지 없어 봐, 지금 같아선 완전 X된다.”
 
바다: “성매매가 자유로운 선택이 된다면, 나는 그냥 성매매 여성인 거죠.”
 
심통: “법으로 금지되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낙인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지음: “성매매를 했기 때문에 낙인이 있는 거죠.”
 
심통: “법으로 처벌받는 피의자든, 처벌받지 않는 피해자든 우리한테는 상관이 없는 거에요. 성매매를 했기 때문에 낙인이 있는 거죠.”
 
바다: “이렇든 저렇든 낙인은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나를 보호할 방법이 나를 ‘피해자’로 만드는 거라면 그거라도 붙잡아야 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죠. 만약 내가 성매매 여성으로 계속 살아왔다면 죽을 때까지 성매매를 해야 했던 여성이겠죠. 그런데 우리들은 업소를 나왔고, 이렇게 앉아서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우리의 경험이 어땠는지, 이런 기회라도 줄 수 있는 뭔가 있다는 거, 그래서 이것마저 놓칠 수는 없어요.”
 
지음: “만약 선택을 하라고 한다면, 내가 처벌받고 빨간 줄 그인다 그런 이야기를 항상 듣듯이, 그런 이야기를 듣더라도 나올 수 있는 거라면 나는 그렇게 나오겠어요. 왜냐면 그 안에선 X뿔도 없거든, 그 안에서 뚱뚱해지던가. 뒷방 보던가. 액면이 안 되던가. 유리방에 앉아 있거나. 어떻게든 나올 수 있다면 나는 당연히 나온다고 생각해요. 처벌을 받든, 보호를 받든 나올 때는 그게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아요.”
 
심통: “세상이 주는 ‘낙인’보다 성매매 현장에 있는 게 더 무서워요.”
 
바다: “그건 우리가 아니까 그런 거죠. 하지만 지금 만약 우리가 업소에 있다면, 다르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볼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게 지금과는 너무나 다르게 보이니까요. 현장에 있을 때 내가 그랬던 것처럼요.”

[기사 원문 보기] http://ildaro.com/sub_read.html?uid=6325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만화 <두 여자와 두 냥이의 귀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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