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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시간 예측할 수 없는 직장인…돌봄의 시간은 어디에
※ 필자 정형옥님은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며, 한국여성민우회 정책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민우회 블로그에 연재되고 있는 “정형옥의 노동이야기”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그(녀)가 회식 자리에 남아있는 이유는?
최근 KBS 드라마 <직장의 신>이라는 드라마에서 계약직 여직원이 회식에 참석하고 시간 외 수당을 청구하는 장면이 나왔다. 드라마 특성상 다소 과장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통쾌해하는 듯했다.
▲ KBS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계약직 여직원이 회식에 참석하고 시간 외 수당을 청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 KBS
우리 사회에서 흔히 듣는 말은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회식은 저녁시간에 이루어지고, 1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차, 3차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결국 밤늦은 시간까지 남아 있는 것으로 조직원으로의 충성심과 존재감을 확인 받기 때문이다.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 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한 영화감독은 영화를 찍는 동안 거의 매일 회식을 하는데 ‘불참을 허용한다. 자율적이다. 하지만 연속으로 빠지면 역할이 줄어든다’고 하였다.
자율적이지만, 불참하면 역할이 줄어든다는 표현은 우리 사회에서 회식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잘 드러낸다.
‘회식이 업무에 해당하는가’ 법원의 판단 기준
회식이 업무에 해당하는가에 대한 보다 공식적인 답변은 회식 중에 발생한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가에 대한 법원의 판단 기준에서 찾을 수 있다.
기존의 판결례를 통해 볼 때, 회사(또는 부서) 장이 참석했는지, 참석 인원과 결제의 방법은 무엇인지, 회식 참석이 의무적인가, 개인이 각출한 것이 아니라 회사 비용을 사용했는가, 회식 자리에서 업무 논의가 이루어졌는가 등 회사의 인사노무 관리상 필요한 ‘공식적인 회식’이라는 것을 입증한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회식에도 공식적인 회식과 비공식적인 회식이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주로 저녁 시간에 이루어지는 회식은 일의 영역만 아니라 생활의 영역과의 연관성이 높다. 특히, 공식적인 회식보다 비공식적인 회식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문화에서, 저녁 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법적으로 판단할 때 회식은 업무이기도 하고 업무가 아니기도 하겠지만, 불안정한 노동자들은 회식 자리에서라도 “캐릭터를 확실히 잡아야 다음 계약도 연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시간외 근무, 회식…한국서 야간보육이 중요해진 까닭
‘인사노무 관리상 필요한’ 공식적인 회식의 순기능이나, 반대로 술과 노래 등으로 이어지는 회식 문화의 문제점이 있겠지만, 여기서는 돌봄 시간의 측면에서 회식문화를 생각해보고 싶다.
우리나라 보육시설의 정규 운영시간은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7시 반까지’이다.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6시에 퇴근하는 법정 노동시간을 근거로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2011년에 북유럽 3개국(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에서 실시한 현지 조사에서도 각국의 보육제도는 고용제도와 분리해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핀란드의 경우, 일하는 부모들이 대부분 오후 4시에 퇴근한다. 따라서 핀란드의 보육시설은 보통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노르웨이의 경우도 부모가 근무시간 이후에는 아동을 직접 돌보는 것이 일반적이라 야간보육시설이 거의 없다고 했다.
현지 조사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야간보육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부모’의 시간외 근무와 저녁 회식이 일상화된 우리나라에서는 야간보육은 중요한 관심사이다.
정시 퇴근해 마을로 돌아가는 문화를 만든다면
이러한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고용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즉, 법정 노동시간에 최대한 집중해서 일을 처리하고, 정시에 퇴근해 마을로 돌아가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보육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른바 야간보육시설 등을 확대함으로서 야근하는, 회식하는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사회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과연 어떤 방법이 아이들을 위해, 부모를 위해, 이 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것일까? (정형옥) * 한국여성민우회 ‘민우트러블’ http://womenlink1987.tistory.com/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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