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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에서 유튜브로…여성 상품화하는 국제결혼 광고

국제결혼중개업 영상광고 모니터링 보고회 열려


 

국제결혼중개업 시장 또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인터넷과 SNS을 이용한 광고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특히 유튜브을 이용한 영상광고는 ‘국제결혼’이라는 단어 하나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영상물도 다양하다.


국제결혼 커플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상부터 ‘오빠와의 첫만남’과 같은 맞선 및 데이트 영상, 비용이 얼마인지 어떻게 결혼이 성사되는지 등의 내용을 담은 ‘노하우’ 영상도 있다. 그 중엔 개인이 올린 영상도 있지만 ‘OO국제결혼’ 같은 중개업체가 올린 영상도 다수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다 단순한 이미지나 문자가 아닌 ‘이야기(서사)’를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유튜브에서 ‘국제결혼’을 검색했을 때 보이는 화면 중.


이런 영상광고가 늘어남에 따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해당 영상들이 결혼이주여성을 성적으로 상품화하거나 인종적으로 비하하며 차별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점검하는 ‘국제결혼중개업 광고 모니터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보고회를 열었다


사적인, 서사를 담은 ‘교묘한’ 국제결혼 영상광고 증가


신민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는 “국제결혼중개업 광고가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편견을 견고히 하고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하는 논리의 전제가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선주민 여성에 대한 혐오도 드러내는 인권 침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짚으며 모니터링 계기를 밝혔다.


또한 요즘은 “단순 광고가 아니라 서사 구조를 가진 내러티브 유형의 광고로 변화하고 있으며, 광고와 표현물의 경계가 흐려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광고 규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민재 활동가는 유튜브 광고 모니터링을 통해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이주여성의 인터뷰 영상이나 사진과 함께 개인정보(이름, 나이, 고향, 직업, 가족관계, 키, 몸무게, 학력 등)가 담긴 단순 전시형 광고가 만연했다면, 최근엔 결혼중개업법 개정과 여성가족부 등의 점검으로 인해, 조금 더 사적인 광고인 내러티브형 광고를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중개 과정을 브이로그(V-log,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로 일상을 담는 영상을 말함) 형식으로 촬영한 것이 주를 이룬다”고 설명한 신 활동가는 “이런 영상은, 브이로그의 특징인 연출, 자막, 음향을 통해 ‘국제결혼중개’에 대한 위화감을 줄이고, 국제커플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영상처럼 보이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영상광고는 광고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묘하다. 또한 성차별이나 성상품화, 인종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민재 활동가는 “중개업 광고가 모호한 형태로 변화”했기 때문에 “이런 광고의 부정적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먼저 젠더 감수성과 인종주의에 대한 이해, 그리고 한국의 국제결혼시스템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월 13일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주최 <국제결혼중개업 광고 모니터링 결과 보고회> “혐오를 낳는 차별적 광고 이제 그만!” 현장. 왼쪽부터 한가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 신민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중개업자들이 전례 없는 친밀성을 가지고 직접 대중 어필


이전처럼 노골적인 차별을 담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영상광고들이 국제결혼을 미화하고 이성애 중심의 가족 문화를 강조하는 건 여전하다. 영상들 대부분 “만남-연애-결혼의 서사 방식을 따르고 있고, 특히 여성 회원과 남성 회원의 관계에 과도한 ‘운명적 연애 서사’가 부여되고 있다.” 


그러나 실상 “이들이 말하는 연애 기간은 성혼까지의 준비 기간(약 3~5일 정도)”일 뿐이라고, 신민재 활동가는 지적했다. 이런 “낭만적 서사가 국제결혼중개업 절차의 특징을 교묘히 가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영상광고들에는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가족 이데올로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성혼 전부터 ‘아이를 몇 명 낳을 것이냐’, ‘오빠(한국남성) 닮은 딸’, ‘아이를 낳고 일을 할 것이냐’는 등을 질문을 하며 여성을 독립적인 주체가 아니라 아내, 며느리, 잠재적 엄마로 재현한다.”


문제적 표현들이 있어도, 이런 영상광고에 대해선 정확한 규제가 없다. 거기다 “광고와 콘텐츠, 중개업자와 제작자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 지고 있”는데다 “콘텐츠의 성격이 광고를 넘어 예능이 되어 가는 현상은 이런 모호성을 더 강화하고 있”다.


신민재 활동가는 심지어 이런 영상광고에서 ‘중개업자’의 활약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설명했다. “중개업자들은 자신의 인격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시청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데, 이를 통해 업자들은 전례 없는 친밀성을 가지고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기 때문에 잠재적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러운 광고가 될 수 있다.”


결혼이주여성들 ‘존중 받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결혼이주여성들은 이런 영상광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12명의 심층면접 결과, 이주여성들은 이런 영상들이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그로 인한 차별과 혐오가 심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가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이 그 내용을 정리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이 영상광고가 무엇보다도 한국남성중심적이며 한국남성에게만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광고 속 여성은 남성이 선택하고 구매할 수 있는 대상으로 상품화되고, 노출과 몸매 강조 등 성적으로 대상화”되기 때문에 “자신들이 ‘존중 받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는 거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인터뷰 같은 걸 (본인도) 한 적이 있는데, 그땐 몰랐지만 지금 보니까 좀… 그렇다”는 말부터 “이런 광고 같은 거 하니까 왠지 물건 갖다 파는 것처럼 느껴진다”, “선택이 남자에게만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불편함을 표했다.


또 다른 문제는 국제결혼을 미화하는 지점이다. 결혼이주여성 당사자들은 이런 영상광고가 국제결혼의 ‘좋은 점’만 보여주고, “잘 사는 것만 나오니까 (국제)결혼하고 싶어지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당사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하지 않고, 본인들(중개업자)의 이익을 취하려는 목적 때문에 올린 것 같다”며 결국 다 ‘돈 벌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을 정확히 지적했다.


여성들의 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된다는 문제도 있다. 실제로 일부 광고 영상에선 맞선 장면 등을 보여주면서, 남성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하는 것에 반해 여성의 얼굴을 그대로 드러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이런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에게 ‘제대로 된 동의를 받았을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위 글은 기사의 일부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현수막에서 유튜브로…여성 상품화하는 국제결혼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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