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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에서 퇴장, 직접 자녀교육에 매달리는 여성들
흔히 기혼여성이 노동시장에서 경력단절을 겪는 시기는, 출산 후부터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로 알려져 있다. 미취학아동을 양육하는 여성이 육아부담 때문에 직장생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영유아의 출산과 육아뿐 아니라, 취학 이후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기혼여성의 경력단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제고사가 부활하고 영어교육 확대정책이 실시돼 사교육 부담이 심각하게 커진 상황에서, 사교육비와 교육열이 여성들의 노동시장 퇴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은 주목할 만하다.
1년 만에 기혼여성 8%가 노동시장에서 퇴장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성가족패널 학술대회’에서 이를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여성가족패널조사’는 여성 1만여 명을 표본으로 하는 전국 규모의 조사로, 여성의 경제활동에 가족관계가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여 정책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선행 전문연구원과 김영옥 성주류화연구실 실장이 공동으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1차년도에 관측된 55세 미만 기혼여성 취업자 2천26명 중에 다음 해 노동시장에서 퇴장한 여성은 161명으로 8%나 되었다. 1년 만에 경력 단절된 기혼여성의 약 45%가 30대이며, 그 다음은 40대로 34%를 차지했다.
연구자들은 미취학자녀에 비해 취학자녀에 대한 ‘돌봄’ 부담이 적지만, “자녀의 취학 여부와 무관하게 사교육비가 높을수록 여성들의 경력단절 확률이 높아진다”고 보고했다.
‘사교육비 지출’과 기혼여성의 경력단절의 연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사교육비가 증가할수록 자녀교육에 대한 열의는 금전적인 부분보다는 시간적인 투자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즉 기혼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본인이 직접 시간을 투자해 자녀교육을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력단절도 양극화…저소득층, 관리자급에서 많아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러한 경향이 ‘고학력’ 여성들에게서 주로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번 연구에선 오히려 중졸 이하의 저학력 여성들에게서 경력단절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저임금’ 문제와 직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들은 중졸 이하 기혼여성들이 “사교육비 부담을 상쇄할 만큼 충분한 근로소득을 시장에서 얻지 못하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본인이 직접 자녀교육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했다.
‘월평균 근로소득이 높을수록 경력단절의 가능성은 낮게’ 나타난 점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한편 이번 조사결과 또 하나의 특징적인 현상은, 관리자급과 전문가 그룹 여성들의 경력단절 가능성이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기업의 관리자급에 있는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승진과 관련하여 직장 내에서 차별적인 관행에 직면”하기가 쉽기 때문에, 더 이상 승진가능성이 적은 기혼여성들이 노동시장 퇴장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직장의 남성중심 인사관행과 경쟁적이고 비합리적인 문화가, 높은 직급에 있는 기혼여성일수록 가정과 일을 양립해나가기 어렵게 만드는 것일 요인일 수도 있다.
저임금, 승진차별, 사교육부담…여성의 일할 기회 앗아가
이번 연구는 그 동안 ‘출산’과 ‘육아’라는 측면에만 집중적으로 조명되어 온 기혼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자녀교육’ 문제까지 확대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연구자들은 “저연령 자녀에 대한 보육의 책임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기혼여성이 사회와 가족 내에서 요구 받는 여러 가지 암묵적인 의무들”이 여성의 일할 기회를 제약하고 있다고 말하며, “어떠한 것들이 여성의 일할 기회를 제약하고 있는지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이여울 기자) ▣ 일다는 어떤 곳?
[여성노동권 기사보기] “임금차별은 존엄성의 문제” | 여성일자리 창출, 4대보험도 보장 못하나
흔히 기혼여성이 노동시장에서 경력단절을 겪는 시기는, 출산 후부터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로 알려져 있다. 미취학아동을 양육하는 여성이 육아부담 때문에 직장생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영유아의 출산과 육아뿐 아니라, 취학 이후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기혼여성의 경력단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제고사가 부활하고 영어교육 확대정책이 실시돼 사교육 부담이 심각하게 커진 상황에서, 사교육비와 교육열이 여성들의 노동시장 퇴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은 주목할 만하다.
1년 만에 기혼여성 8%가 노동시장에서 퇴장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여성가족패널 학술대회’에서 이를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여성가족패널조사’는 여성 1만여 명을 표본으로 하는 전국 규모의 조사로, 여성의 경제활동에 가족관계가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여 정책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선행 전문연구원과 김영옥 성주류화연구실 실장이 공동으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1차년도에 관측된 55세 미만 기혼여성 취업자 2천26명 중에 다음 해 노동시장에서 퇴장한 여성은 161명으로 8%나 되었다. 1년 만에 경력 단절된 기혼여성의 약 45%가 30대이며, 그 다음은 40대로 34%를 차지했다.
연구자들은 미취학자녀에 비해 취학자녀에 대한 ‘돌봄’ 부담이 적지만, “자녀의 취학 여부와 무관하게 사교육비가 높을수록 여성들의 경력단절 확률이 높아진다”고 보고했다.
‘사교육비 지출’과 기혼여성의 경력단절의 연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사교육비가 증가할수록 자녀교육에 대한 열의는 금전적인 부분보다는 시간적인 투자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즉 기혼여성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본인이 직접 시간을 투자해 자녀교육을 충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력단절도 양극화…저소득층, 관리자급에서 많아
그러나 연구자들은 이러한 경향이 ‘고학력’ 여성들에게서 주로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번 연구에선 오히려 중졸 이하의 저학력 여성들에게서 경력단절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저임금’ 문제와 직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들은 중졸 이하 기혼여성들이 “사교육비 부담을 상쇄할 만큼 충분한 근로소득을 시장에서 얻지 못하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본인이 직접 자녀교육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했다.
‘월평균 근로소득이 높을수록 경력단절의 가능성은 낮게’ 나타난 점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한편 이번 조사결과 또 하나의 특징적인 현상은, 관리자급과 전문가 그룹 여성들의 경력단절 가능성이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기업의 관리자급에 있는 여성들은 일반적으로 승진과 관련하여 직장 내에서 차별적인 관행에 직면”하기가 쉽기 때문에, 더 이상 승진가능성이 적은 기혼여성들이 노동시장 퇴장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직장의 남성중심 인사관행과 경쟁적이고 비합리적인 문화가, 높은 직급에 있는 기혼여성일수록 가정과 일을 양립해나가기 어렵게 만드는 것일 요인일 수도 있다.
저임금, 승진차별, 사교육부담…여성의 일할 기회 앗아가
이번 연구는 그 동안 ‘출산’과 ‘육아’라는 측면에만 집중적으로 조명되어 온 기혼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자녀교육’ 문제까지 확대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연구자들은 “저연령 자녀에 대한 보육의 책임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기혼여성이 사회와 가족 내에서 요구 받는 여러 가지 암묵적인 의무들”이 여성의 일할 기회를 제약하고 있다고 말하며, “어떠한 것들이 여성의 일할 기회를 제약하고 있는지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조이여울 기자) ▣ 일다는 어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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