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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협력의 모범사례 평가, 현실적 지원 강화되어야
                                                                                               <여성주의 저널 일다> 박희정 
 
 
2001년 남녀고용평등법 4차 개정과 함께 도입된 고용평등상담실 지원제도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고용평등상담실은 2001년 남녀고용평등법 23조에 고용평등에 관한 상담을 행하는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제도’를 신설한 후 시작되었으며, 2007년 8차 일부 개정에서는 상담내용을 “차별, 직장내 성희롱” 외에 “모성보호, 일가정양립”으로 확대하는 개정이 이루어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고용평등상담실 지원제도는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노동자들에게 상담의 기회를 부여하고 노동자들이 사업장 내에서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간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는 전국 15개의 민간단체들은, 단순상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고용평등증진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월 2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개최된 ‘고용평등상담실 10년, 여성노동의 현실과 미래를 말한다’ 토론회는 서울여성노동자회가 주관하여 고용평등상담실의 활동과 의의를 돌아보고 현행 지원제도가 가진 한계와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여성노동 현실, IMF 경제위기 이후 후퇴 일로

황현숙 서울여성노동자회 회장은 지난 10년간 고용평등상담실에 접수된 상담사례를 분석해 여성노동자의 현실과 변화를 돌아보았다.
 
통계와 사례를 통해 본 여성노동의 현실은 1990년대 말 IMF 경제위기 이후 후퇴일로를 걷고 있다.
 
상담 내용별 현황을 보면 모성보호, 육아휴직, 성차별, 성희롱 상담의 비중이 높아지고 반면 비정규직, 폭언과 폭행, 해고, 임금체불 등의 상담비중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황현숙 회장에 따르면, 최근 모성보호 상담이 증가하고 특히 육아휴직 상담비중이 최근 5년 사이에 비중이 3배 이상 증가하였는데, 이는 "일, 가정 양립에 대한 욕구가 점차 높아"진 반면 "아직 제도적으로는 정착되지 않아 겪는 어려움이 많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여성의 경우 모성권이나 성차별, 성희롱 사안이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 황현숙 회장은 이에 대해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여성비정규직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했다. 또한 비정규직의 상담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권리찾기에 대한 기대가 낮아 아예 상담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고용불안의 문제를 다시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용평등상담실, 여성노동자를 감싸 안는 ‘실질적’ 보호장치

한편, 문강분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회장은 고용평등상담실 지원제도 현황과 역할, 그리고 개선과제에 대해 분석한 내용을 발표했다. 
 

▲ 10월 27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고용평등상담실 10년, 여성노동의 현실과 미래를 말하다' 토론회     © 일다
 
먼저, 여성의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고용평등상담실의 특성은 피해를 당한 여성노동자들에게 단순한 권리구제 차원을 넘어선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문강분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상담실을 찾는 여성들은 이미 정신적, 육체적으로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 찾아오며, “노동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차별, 육체적 정신적인 상처를 주는 성희롱” 등 “상담으로 법적인 해답을 찾기 힘든” 상황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성희롱 상담을 온 내담자들에게는 ‘내가 잘못한 게 아니고, 잘못은 상대에게 있다’는 인식과 지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노동시장에서 열악한 처지에 처해있는 여성노동자들의 설움을 보듬어 안으면서 실질적 도움을 주는 일’은 고용평등상담실만이 가능한 특성이자 분명한 성과라는 것이다.
 
또한 ‘법규와 절차에 정해진 바대로 구제의 내용에 시작부터 한계를 명확히’ 긋는 정부기관과 달리, 고용평등상담실은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는 점도 차별점이다.
 
때로는 “정부기관에서 법제도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부당한 처분을 하였을 때는 노동자를 조직하여 집단적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심리상담과 치유 프로그램 제공, 재취업 지원, 소모임이나 노동조합으로 연계 등 내담자의 역량 강화를 위한 종합적인 지원도 하고 있다.
 
문 회장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와 실질적 정책 제언을 하는 것 또한 고용평등상담실의 큰 역할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일례로, 법적으로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은 10인 이상 사업장에서만 진행하게 되어 있으나 고용평등상담실은 직장내 성희롱 상담을 요청한 내담자의 대부분이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임을 주목했다. 이를 근거로 고용노동부에 영세사업장 성희롱 예방교육을 무료로 진행할 것을 건의하였고, 고용노동부는 이 건의를 받아들여 2005년부터 영세사업장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였다. 고용평등상담실은 이 업무를 고용노동부와 협조하여 진행 중에 있다.
 
고용평등상담실 지원 예산 ‘10년째 동결’
 
▲ 문강분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회장은 한국여성노동자회와 한국여성민우회가 87년 창설 이후 '여성노동상담실'을 근간으로 여성노동자의 현실에 밀착된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  사진 출처-한국여성노동자회
 
그러나 고용평등상담실이 쌓아온 노력과 성과에 비해, 정부의 지원과 제도적 기반은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강분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회장은 고용평등상담실에 대한 지원액이 지난 “10년간 동결되어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고용평등 관련 분쟁과 소송이 모두 국가인권위원회로 일원화되면서 남녀고용평등관련 분쟁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해결창구가 폐쇄된 상황에서, 고용노동부의 고용평등 관련 전문기능이 계속 축소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문강분 회장은 고용평등상담실의 활동지원을 위해 “고용노동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았다. “사업장 노동분쟁을 처리해야 하는 상담실 업무의 특성 상 안정적인 정부와의 파트너쉽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쟁의 효과적 해결을 위해 “정부와 고용평등상담실의 연계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피해노동자가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해 신분이 노출될 경우 고용상실 등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부가 사업장 임검을 실시하거나 지도, 감독을 행함으로써 개별 사건의 처리에 바람직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문 회장은 “이런 협조체계를 다양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상담 건수’로만 실적 평가하는 시스템 개선되어야
 
문강분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회장은 이와 더불어 ‘고용평등상담실에 대한 지원을 양적으로 확대하고, 그 방식 또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상담건수로만 실적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고용평등상담실의 상담건수가 하루에 1~2회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받고 있는데, 이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국노동연구원의 은수미 연구위원 또한, 고용평등상담실의 활동이 “단순한 ‘상담’이 아닌 ‘사례관리’라 불러야 옳다”고 지적했다. “1인의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밀착해 조치까지 관리하는 ‘사례관리’는 사회복지업에서도 어려운 일로 알려져 있다”는 것. 이러한 ‘사례관리’는 “하루에 1회라고 하더라도 상당히 힘든 일”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김진 변호사는 고용평등상담실 지원제도가 “법률지원에 대한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며 “고용평등과 관련한 사안의 경우, 분쟁으로 갈 때가 많은데 이에 대한 지원도 연결될 필요가 있다”고 보충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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