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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 교육의 숨통 틔울 것"
[기고]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논란을 넘어
<여성주의 저널 일다> 조영선
[편집자 주] 필자 조영선님은 경인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며, 인권교육센터 '들'의 활동회원이기도 합니다.
6.2 지방 선거 이후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고, 김상곤 교육감의 재선과 함께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면서 학생인권조례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었다. 서울에서도 최근, 초등학생에게 교실에서 심각한 폭언과 폭행을 가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돼 화제가 된 일명‘오장풍 사건’을 계기로 체벌이 전면 금지되면서 학생인권이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사실 전 국민의 인권이 헌법에 보장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전 국민에게 당연하게 보장된 인권이 유독 10대 학생들에게만 교육의 이름으로 제한되어왔던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학생다움’이라는 미명아래 똑같은 머리와 복장을 요구 받고, ‘사랑의 매’라는 허울 좋은 이름의 폭력이 용인되어왔다. 더 이상 이러한 것이 ‘교육’이라는 미사여구로 포장될 수 없다는 공감대 아래, 법의 내용으로 포괄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권리의 내용을 담은 조례의 형식으로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기준이 되고자 만든 것이 학생인권조례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선동조례?
▲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의 주요 내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수성향의 신문들은 학생인권조례를 ‘학생선동조례’라며 이상한 색깔을 덧씌우고 있고, 포퓰리즘에 근거한 무분별한 정책이라며 진보교육감을 공격하는 무기로 삼고 있다.
또한 두발과 복장자율화 등 개성의 실현이 빈부 격차를 드러낼 것이며 보충야간자율학습 선택권이 사교육을 더 기승을 부리게 할 것이라는 둥, 의사 표현의 자유에서 집회· 결사의 자유는 절대로 보장해서는 안 된다는 둥 계속 딴죽을 걸고 있다.
그러나 ‘학교선택제’며 ‘자율형사립고’가 확대되면서, 어느 학교 학생인가를 보여주는 교복이 오히려 빈부격차를 드러내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대졸자의 실업률이 5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다른 진로 교육은 도외시한 채 강제 보충과 야자를 통해 학교를 대입만을 위한 기관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학생들을 기만하는 것은 아닌가? 민주시민을 기른다는 학교에서 시민권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의사 표현의 자유에서 집회· 결사의 자유를 공개적으로 제한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교권이 추락한다고 하지만, 교사들이 학생들 머리나 치마 길이를 재러 다니느라 바쁘고, 학생들에게 반강제로 동의서를 받아내 야간자율학습에 남게 하느라 수업이나 상담에 힘을 쏟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일제고사나 모의고사 등 일제식 문제풀이수업을 할 수 밖에 없는 교육과정 하에서,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과반수 학생들이 엎드려 자는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풍경이야말로 교권 추락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즉 학생인권조례를 못마땅해 하는 이들이 이야기하는 ‘교권’은 교육과정편성권이나 평가권이 아니라 오직 ‘학생지도권’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억압할 권리인 것이다. 교총을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지만, 이런 점에서‘체벌금지’를 교권침해로 보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어느 민주국가에서 다른 존재에게 ‘폭력’을 합법적으로 휘두를 수 있는 힘에 ‘권리’라는 이름을 붙이는가? 이것은 결국 학교라는 사회가 ‘폭력’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사회임을 학생들에게 각인시키는 효과일 뿐이다.
교사를 위해서도 학생인권조례 필요해
▲ 여교사에게 한 남학생이 '누나 사귀자'고 희롱한 사건은 힘과 폭력으로 유지되는 학교 구조 속에서 비정규직 여교사들이 어떤 처지에 놓이는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었다.
모 고등학교 학생이 교사에게 ‘누나 사귀자’고 희롱했던 사건은 이런 힘의 구조 속에서 비정규직 여교사들이 어떤 처지에 놓이는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힘의 구조로 유지되는 학교를 그대로 둘 때, 교권 역시 힘에 따라 추락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교사는 교육자라기보다는 학생들을 관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새끼 관리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용의복장 지도를 위해 학생들 앞에서 교장이 교사를 체벌하는 사건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적인 학교 분위기를 조성하고 교사들의 창조적 역량이 정말 쓰여야 할 곳에 쓰일 수 있게끔 하여 정당한 교권을 확립하기 위해서도 학생인권조례는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이 유죄판결을 받고 민주노동당 후원 관련 교사들 8명이 해임, 22명이 정직의 중징계를 받았다. 학생을 교사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백치로 보기에 교사의 정치적 자유도 이렇듯 제한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학생들은 모든 것을 다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침묵의 교실 속에서 그것을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이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정치활동의 자유가 보장되었다면 사실 교사의 정치적 자유도 이미 보장되었을 것이다.
흔히 청소년들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권리를 보장받으면 사회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성의 참정권이 제한되고,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던 시절에 여성의 권한이 제한된 이유는 ‘여성들이 미숙하고 판단력이 없는 존재’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지금 청소년들에게도 이러한 인식은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때로는 실수를 통해 반성하는 과정을 통해 성숙해나가야 할 시기에 자신의 몸조차 ‘학생답다’는 타인의 시선에 의해 재단되어야하는 현실이 청소년의 미성숙을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학생들을 공부만 하는 기계, 세상과의 소통이 단절된 백치로 만들고자 하는 교육에 숨 쉴 곳을 만드는 것이 학생인권조례이다.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주민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제정 청구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교사들을 간수에서 교사로, 학생들을 좀비에서 인간으로 깨어나게 하는 발판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진흥기금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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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논란을 넘어
<여성주의 저널 일다> 조영선
[편집자 주] 필자 조영선님은 경인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며, 인권교육센터 '들'의 활동회원이기도 합니다.
6.2 지방 선거 이후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고, 김상곤 교육감의 재선과 함께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면서 학생인권조례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었다. 서울에서도 최근, 초등학생에게 교실에서 심각한 폭언과 폭행을 가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돼 화제가 된 일명‘오장풍 사건’을 계기로 체벌이 전면 금지되면서 학생인권이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사실 전 국민의 인권이 헌법에 보장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전 국민에게 당연하게 보장된 인권이 유독 10대 학생들에게만 교육의 이름으로 제한되어왔던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학생다움’이라는 미명아래 똑같은 머리와 복장을 요구 받고, ‘사랑의 매’라는 허울 좋은 이름의 폭력이 용인되어왔다. 더 이상 이러한 것이 ‘교육’이라는 미사여구로 포장될 수 없다는 공감대 아래, 법의 내용으로 포괄하기 어려운 구체적인 권리의 내용을 담은 조례의 형식으로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기준이 되고자 만든 것이 학생인권조례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선동조례?
▲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의 주요 내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수성향의 신문들은 학생인권조례를 ‘학생선동조례’라며 이상한 색깔을 덧씌우고 있고, 포퓰리즘에 근거한 무분별한 정책이라며 진보교육감을 공격하는 무기로 삼고 있다.
또한 두발과 복장자율화 등 개성의 실현이 빈부 격차를 드러낼 것이며 보충야간자율학습 선택권이 사교육을 더 기승을 부리게 할 것이라는 둥, 의사 표현의 자유에서 집회· 결사의 자유는 절대로 보장해서는 안 된다는 둥 계속 딴죽을 걸고 있다.
그러나 ‘학교선택제’며 ‘자율형사립고’가 확대되면서, 어느 학교 학생인가를 보여주는 교복이 오히려 빈부격차를 드러내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대졸자의 실업률이 5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다른 진로 교육은 도외시한 채 강제 보충과 야자를 통해 학교를 대입만을 위한 기관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학생들을 기만하는 것은 아닌가? 민주시민을 기른다는 학교에서 시민권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의사 표현의 자유에서 집회· 결사의 자유를 공개적으로 제한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교권이 추락한다고 하지만, 교사들이 학생들 머리나 치마 길이를 재러 다니느라 바쁘고, 학생들에게 반강제로 동의서를 받아내 야간자율학습에 남게 하느라 수업이나 상담에 힘을 쏟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일제고사나 모의고사 등 일제식 문제풀이수업을 할 수 밖에 없는 교육과정 하에서,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과반수 학생들이 엎드려 자는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풍경이야말로 교권 추락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즉 학생인권조례를 못마땅해 하는 이들이 이야기하는 ‘교권’은 교육과정편성권이나 평가권이 아니라 오직 ‘학생지도권’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억압할 권리인 것이다. 교총을 중심으로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지만, 이런 점에서‘체벌금지’를 교권침해로 보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어느 민주국가에서 다른 존재에게 ‘폭력’을 합법적으로 휘두를 수 있는 힘에 ‘권리’라는 이름을 붙이는가? 이것은 결국 학교라는 사회가 ‘폭력’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 사회임을 학생들에게 각인시키는 효과일 뿐이다.
교사를 위해서도 학생인권조례 필요해
▲ 여교사에게 한 남학생이 '누나 사귀자'고 희롱한 사건은 힘과 폭력으로 유지되는 학교 구조 속에서 비정규직 여교사들이 어떤 처지에 놓이는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었다.
모 고등학교 학생이 교사에게 ‘누나 사귀자’고 희롱했던 사건은 이런 힘의 구조 속에서 비정규직 여교사들이 어떤 처지에 놓이는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힘의 구조로 유지되는 학교를 그대로 둘 때, 교권 역시 힘에 따라 추락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교사는 교육자라기보다는 학생들을 관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새끼 관리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용의복장 지도를 위해 학생들 앞에서 교장이 교사를 체벌하는 사건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적인 학교 분위기를 조성하고 교사들의 창조적 역량이 정말 쓰여야 할 곳에 쓰일 수 있게끔 하여 정당한 교권을 확립하기 위해서도 학생인권조례는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시국선언을 한 교사들이 유죄판결을 받고 민주노동당 후원 관련 교사들 8명이 해임, 22명이 정직의 중징계를 받았다. 학생을 교사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백치로 보기에 교사의 정치적 자유도 이렇듯 제한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학생들은 모든 것을 다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침묵의 교실 속에서 그것을 표현하지 못할 뿐이다. 이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정치활동의 자유가 보장되었다면 사실 교사의 정치적 자유도 이미 보장되었을 것이다.
흔히 청소년들은 미성숙하기 때문에 권리를 보장받으면 사회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성의 참정권이 제한되고,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던 시절에 여성의 권한이 제한된 이유는 ‘여성들이 미숙하고 판단력이 없는 존재’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지금 청소년들에게도 이러한 인식은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때로는 실수를 통해 반성하는 과정을 통해 성숙해나가야 할 시기에 자신의 몸조차 ‘학생답다’는 타인의 시선에 의해 재단되어야하는 현실이 청소년의 미성숙을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학생들을 공부만 하는 기계, 세상과의 소통이 단절된 백치로 만들고자 하는 교육에 숨 쉴 곳을 만드는 것이 학생인권조례이다. 서울 학생인권조례는 주민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제정 청구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교사들을 간수에서 교사로, 학생들을 좀비에서 인간으로 깨어나게 하는 발판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진흥기금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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