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 딸을 만나러 가는 길 (5) 전남편과의 기억 20년이 지난 지금도 남편과 연애를 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여전히 입가에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그와의 관계가 이혼으로 끝났다 하더라도, 그 시절 그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내가 그를 좋아한 가장 큰 이유는 운동권이라서였다. 나 역시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졸업 후에도 노동운동을 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키우고 있었다. 남편과 연애할 당시는 대학 졸업 직후였는데, 사회진출 모임을 하면서 진로를 준비하고 있던 때였다. 그를 만난 건 문학운동 단체에서였다. 그는 누구보다도 운동에 열정을 가지고 있었고, 애국심으로 넘쳐, 나는 그 사람이 내 운동가적 삶을 반짝반짝 빛나게 해줄 거라고 믿었다. 그 다음으로 좋아한 이유는 그가 시인이라서였다. 햇볕 잘 드는 카페에서..
[일다] 잘 늙는 비결을 찾아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39) 늙음에 대하여④ 셔윈 B. 누랜드의 (세종서적, 1997)를 읽다 보면, 우리는 노인이 죽는 까닭이 사망진단서에 써넣는 구체적인 병 때문이라기보다 “다 낡아빠진 신체조직 때문”이라는 구절을 발견하게 된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오늘날, 노화는 죽음의 중요한 원인임이 분명하다. 노화가 수정과 더불어 시작되건 사춘기 때부터 시작되건, 아니면 30세나 40세 무렵부터 시작되건, 물질적으로 혜택 받은 우리 대부분은 늙고 쇠약해져서 죽는다. 또 노화를 극복할 수 있다 없다의 논쟁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질병이 노화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노화 역시 죽음으로 이끄는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진화생물학자들이 주장하듯 ‘활기찬 젊음의 대가로 주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