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 몸 이야기 ⑭ 무리하지 않기 "넌 웃는 모습이 예쁘니까, 항상 웃어야 돼!" 초등학교 때 나를 무척 귀여워 해주시던 선생님께서, 내가 서울로 전학 가던 날 당부하신 말씀이다. 선생님 말씀 잘 듣는 착한 모범생이었던 나는 정말로 그러자고 다짐했고, 실제로 그게 영향을 미쳤는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보다 잘 웃고, 또 밝게 웃는 사람이 되었다. 확실히 난 웃지 않으면 B사감만큼이나 차갑고 엄격한 인상이긴 하다. 그렇다고 웃음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까지 웃을 필요는 없는데, 정신 차려 보면 어느새 속없이 웃고 있었다. 몸살에 걸려도 웃고, 화가 나도 웃고, 실연당해서도 웃었다. 아무리 웃는 얼굴이 예쁜 사람이라도 늘 그렇게 웃기는 힘든 일이다. 그런데 난 강박관념처럼 웃었다. 어느 누가 웃는 얼굴을 싫어..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21) 자연의 색과 함께 하는 일상 새벽 나절, 한차례 세찬 비바람이 훑고 지나갔다. 비 그친 뒤, 이런 날 문 밖을 나서면 어김없이 연초록빛 동그란 땡감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다. 아직 완전히 자라지 못해서 감알이 자그맣다. 이번에도 눈을 떼지 못하고 얼른 감을 주워든다. 지난 해 감을 줍지 못했던 탓일까……. 태풍을 피해 갔던 작년에는 감이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한겨울에도 주홍색 감이 가지가 부러질 듯, 악착같이 대롱거렸다. 잎을 잃고 눈밭에 선 주홍빛 감나무가 얼마나 낯설었는지, 비현실적인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수년 전부터 여름 행사처럼 해오던 감물염색을 한 해 거를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봄부터 ‘여름이 오면 꼭 감물염색을 해야지’하고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